[방송]종강파티 대신 ‘재즈부디즘’ 공연 도올 김용옥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5시 33분


"여러분의 마음만 뜨거우면 안돼, 스튜디오에 열기가 가득해야돼."

25일 서울 서초구 아리랑TV스튜디오에서 열린 EBS 기획특강 '도올, 인도를 만나다'의 종강공연 '재즈 부디즘' 촬영현장. 100평 남짓한 스튜디오가 좁아 천장으로 이어진 철제계단에까지 빼곡이 들어찬 500여명의 청중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했다.

도올 김용옥(金容沃)은 이날 만큼은 교수가 아니라 '빅쇼'의 총연출가, 가수, 작사가, 무대감독까지 만능 엔터테이너의 자질을 마음껏 발휘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약장수가 오면 사람들 틈을 쑤시고 들어가서 쳐다봐야 하는 이런 난장판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아무리 근사한 무대라도 자연스러움이 없으면 감동이 없습니다. 여러분 오늘밤 릴랙스(relax) 릴랙스 비 해피(Be Happy)하십시오!"

검은색 상하의와 챙없는 둥근 모자를 쓴 도올은 마이크를 잡고 팝송 '마이웨이'를 부르면서 종강을 시작했다. 열창을 마친 후 그는 마지막 후렴부분에 "프랭크 시내트라는 내 인생은 내 맘대로 살아왔다지만, 저는 정말 제식대로 불교를 강의했죠. Yes, it was my way∼"하면서 노래를 마쳤다.

다음은 '금강경' '반야심경' '숫파니타파' 등 도올이 불교경전을 토대로 작사한 노래를 강렬한 록과 랩으로 부르는 무대가 이어졌다. '번개여 쳐라! 나를 없애라, 벼락이여 쳐라! 나에게로 쳐라'(금강경) "나도 없다. 너도 없다. 색도 없다. 공도 없다!" (반야심경)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혼자서 가라!"(숫파니타파 '코뿔소의 외뿔경전') 등이 서울재즈아카데미 밴드에 의해 불려졌다. 도올도 중간중간에 "여러분 장자의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십시오. 비샤야 비샤야 스바하!"라고 랩을 넣자 객석에서도 몸을 흔들고 발장단을 맞추는 등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공연에는 강은일의 해금합주, 원일의 사물팀, 김성녀의 찬불가, 명창 김영임의 정선아리랑 등 국악 공연도 이어졌고, 무대 위에는 피아노, 해금, 장고, 가야금, 전자기타, 드럼 등 동서양 악기가 어우러지는 재즈화음이 색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도올은 '재즈 부디즘(Jazz Buddhism)'에 대해 "불교의 초기 경전과 게송(偈頌)은 딱딱한 문장이 아니라 깨달음의 순간의 감정을 표출한 노래이며, 재즈도 즉흥적 감정을 표현한 음악이란 점에서 서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생활음악과 제식음악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법당에서도 이런 재즈음악으로 예불을 드릴 수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녹화된 공연은 29일 밤 10시 EBS에서 방송된다. 도올은 이날 EBS특강 '노자와 21세기', KBS '도올의 논어이야기'에 이어 EBS '도올, 인도를 만나다' 등 유불도 삼부작 시리즈를 마쳤다. 그는 "앞으로 기독교 성경인 '요한복음서'의 히랍어 원전 강의와 원효부터 이제마까지 '한국사상사'를 정리하는 강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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