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성균관대 홍종선 교수 "연구는 체력"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9시 32분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된 연구실에서 아령을 들고 근력운동을 하는 홍 교수. 그는 마라톤을 해야 지구력과 집중력이 생겨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권주훈기자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된 연구실에서 아령을 들고 근력운동을 하는 홍 교수. 그는 마라톤을 해야 지구력과 집중력이 생겨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권주훈기자
두 평 남짓한 그의 교수연구실에 들어서면 롤러 위에 고정된 실내연습용 사이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근력을 키우는 아령과 역기, 유연성 운동을 할 때 사용하는 자전거 튜브…. 벽에는 그가 각종 마라톤대회에서 뛰는 모습의 사진, 기념메달, 등번호 등이 곳곳에 붙어 있다. 마치 유명 운동선수의 방으로 착각할 정도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통계학과 홍종선(洪鍾善·43) 교수는 ‘달리며 연구하는 교수’다. 연구하다 막힐 땐 곧장 사이클에 올라 가슴이 터질 때까지 페달을 밟기도 하고 역기를 들며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그에게 스포츠는 연구의 원동력이다. 매년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해 3년 연속 성균관대 경제학부 최우수 연구교수상을 수상한 것도 스포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매일 오전 오후로 나눠 마라톤은 물론 수영, 테니스, 사이클에 몰두하며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하루 3∼4시간 땀을 흘려야만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스포츠도 연구의 연장선상이다. 책상 앞에 연간, 2개월 단위, 주간 단위의 훈련계획표를 각각 붙여놓고 훈련에 정진할 정도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낙제를 밥먹듯 하던 ‘운동치(痴)’였던 그가 스포츠에 빠져든 것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유학시절. ‘공부〓체력’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테니스와 골프, 등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밋밋했다. ‘도전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그는 결국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홍 교수는 2000년 12월31일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뒤 지금까지 풀코스만 13번 완주했다. 매번 기록도 단축해 최고기록은 3시간25분18초. 8월25일엔 트라이애슬론에 처음 도전해 13시간54초로 완주해 ‘철인(鐵人)’이란 칭호까지 받았다.

하지만 본업은 역시 교수. 스포츠활동은 연구와 학생지도를 위한 방편일 뿐이다. 하루에 운동하는 시간과 수면시간(4∼5시간)을 빼고는 연구에만 몰두한다. 올해에만 책 2권을 출판했고 또 2권을 더 출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학술논문 2편과 국내학회논문 7편 제출, 학술회의 3회 발표 등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홍 교수는 “공부는 장기전으로 마라톤과 똑같다”며 학생들과 함께 달리기를 한다. 그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마라톤을 꼭 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다 올해부터는 직접 매학기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여학생은 10㎞, 남학생은 하프코스를 뛰어야 한다. 또 석사는 하프, 박사는 풀코스를 완주해야만 ‘제자’로 인정해준다. 마라톤을 해야 지구력과 집중력이 생겨 더욱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철인’의 유효기간은 1년. 그는 70세가 넘을 때까지 매년 철인 칭호를 받겠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 100㎞ 이상을 뛰는 울트라마라톤에 출전해 ‘초인(울트라맨)’ 칭호까지 받고 싶단다. 물론 연구에서도 ‘초인’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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