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동양철학 박사과정 합격 하춘화씨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9시 06분


/권주훈 기자
/권주훈 기자
가수 하춘화씨(47가 지난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에 합격해 화제를 뿌렸다. 만학(晩學)이 비로소 결실을 본 셈이다.

여섯살에 데뷔해 지난해 노래 인생 40년을 맞은 가요계의 대 스타. 무려 2200여곡을 취입하며 가수로서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위치에 선 그가 새삼 공부에 뛰어든 사연은 뭘까. 더구나 동양철학이라니….

정확히 말하면 동양철학과 예술철학 전공. 하춘화씨는 “대중가요는 민중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음악이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크게 대접받지는 못했다”면서 “대중음악에 대해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시들지 않는 인기를 누리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 게다가 한 가정을 지키는 주부인 그가 학업을 병행하게 된 데는 회사원인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다. 그가 공부를 다시 생각한 것은 1995년 결혼하고 난 뒤였다. 남편은 “하고 싶은 것을 해 보라”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는 딸만 넷인 집안의 둘째딸. 그를 제외한 자매 셋이 모두 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그 중 둘이 교수다.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을 만도 했다. 80년 경남대 가정학과를 졸업했던 그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2000년 ‘한국 가요의 원류와 변천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부로, 가수로 또 학생으로 1인3역을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대학원 다닐 때는 지방 공연을 마치고 달려와 수업을 들은 적도 많았죠.”

수업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앞자리를 택하기도 했다. 시험공부하느라 휴가는 꿈도 못 꿨다.

박사과정에는 네 번째 도전만에 합격했다. 세 번이나 실패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당장 다음달 경기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가 예정돼 있지만 그보다는 내년 봄학기부터 시작하는 박사과정 수업이 더 걱정이다. 그래서 내년엔 공연 스케줄도 줄일 계획이다.

“철학과에서 대중가요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드물어요. 내 몫이라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앞서네요.”

하씨는 환한 웃음과는 어울리지 않게 다부진 목소리를 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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