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가 재직했던 한성대의 정대홍 교무과장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강 교수가 지난해 퇴직한 뒤 어렵다는 말을 듣고, 한성대 교수상조회에서 모금해 7월에 710여만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정성’을 건네 받은 강씨는 이들에게 ‘기쁘기도 하고 동시에 당혹했다. 이러한 배려 깊은 선물을 넙죽 받을 수 있는지 가슴이 무겁다’는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강씨는 그 편지를 동아일보 문화부에 보내기도 했다.
퇴직과 함께 강씨는 소장하고 있던 책을 한성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도서관장인 영문학과 고정자 교수는 기증 문제로 강씨의 퇴직 뒤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재작년 강 교수가 살던, 서울 성북동에 있는 반지하방이 장마로 물이 차 더 이상 그곳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됐다. 그때 그와 친분이 깊던 작가 조병화씨가 혜화동에 있는 자신의 소유 건물 지하를 내줬다. 그 곳이 디지미술관 겸 그의 집이었다.”
조병화씨는 디지미술관 건물의 2층을 쓰고 있는 조유현 늘봄출판사 사장으로부터 강씨의 실종소식을 전해들은 뒤 1998년 자신이 직접 쓴 ‘철학교수 강 박사의 죽음’이라는 시를 맨 먼저 꺼내 들었다.
‘어느날 나의 철학으로 견디던 끝날/ 썰물에 배를 밀고 바다 한가운데로/ 술을 마시며 나갈 겁니다’
조유현씨는 “강씨가 오래전부터 현해탄에 뛰어들었던 윤심덕처럼 생을 마감할 것이라고 말해 그의 투신은 어쩌면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디지미술관 문앞에는 현재 ‘휴관’을 알리는 낡은 종이와 그 낡은 종이 위에 ‘선생님을 좋아했던 제자’가 볼펜으로 흘려쓴 편지만 남아 있다.
‘힘드신 줄 알면서도 끝까지 함께 해 드리질 못했군요. 부디 깊은 심연 속에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고 아무도 간섭않는 안식을 누리십시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