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뛰어든 천재시인?…강월도씨 유서등 남기고 실종

  • 입력 2002년 9월 4일 23시 09분


시인이자 극작가, 철학자로 활동한 강월도(본명 강욱·66)씨가 최근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페리 선상에서 바다로 투신,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지난달 21일 페리 선상에서 투신했으며 이를 목격한 승객이 해경에 신고해 인근 해역을 수색했으나 찾지 못했다고 친지들은 전했다. 선상에 남겨진 그의 가방 안에서는 짧은 유서와 함께 중절모를 쓴 신사가 가슴까지 바다에 잠겨 있는 합성 사진이 발견됐다.

강씨는 또 여행 직전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서신을 받을 즈음이면 나는 서울을 떠나 남해를 찾아 다시 한번 떠났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아마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갔을 것입니다. 아, 이 땅의 자네들이 그립겠지요. 아직 누릴 수 있는 젊음을 만끽하며 이 세상을 누려보시게. 나 먼저 가네. 친구들이여, 잘 있게”라고 썼다.

독신인 강씨는 2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왔다. 그는 경기중·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 재학 중 미국 유학을 떠났으며 컬럼비아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30여년간 살면서 강의와 소극장 운동 등을 펼치다 87년 귀국한 그는 한성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시집 ‘사랑무한’과 철학논문집 등 20여권의 저서를 남겼고 ‘어쩐지 돌연변이’ 등 희곡을 쓰기도 했다.

강씨의 희곡 ‘뻔데기전’을 무대에 올렸던 윤호진씨(극단 에이콤 대표)는 “강씨는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빛을 보지 못한 불운한 천재였다”고 말했다.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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