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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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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의 간질치료팀이 간질을 일으키는 뇌부위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신경과 서대원 교수, 신경외과 홍승철 교수, 신경과 홍승봉 교수, 소아과 이문향 교수.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간질치료팀장인 홍승봉 교수(신경과)는 간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국내 40만명의 환자 중 10분의 1 정도만 제때 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질은 뇌 기능의 일부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의식을 잃거나 사지를 떨거나 침을 흘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간질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에 생긴 경화증, 뇌종양, 고열, 뇌염 등으로 인한 각종 뇌손상때문에 많이 생긴다. 뇌세포의 일부가 성숙이 덜된 뇌세포 기형도 원인이다.
홍 교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정치가인 나폴레옹과 알렉산더대왕,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 등도 간질을 갖고 있었다”며 “이들의 업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간질은 잘 조절하면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약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 간질 환자의 10∼15%는 간질이 아니고 실신 저혈당 심장부정맥 등으로 생긴 발작을 간질로 착각한 경우”라며 “발작이 처음 일어나면 뇌파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통해 신경과 간질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94년 미국 유명 간질센터인 클리블랜드 병원과 비슷한 구성원으로 간질치료팀을 만들었다. 신경과 소아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신경심리학자 등으로 체계화된 협진 시스템을 갖춘 것.
또 이 팀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전문간호사를 통해 전문의를 연결,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환자 위주의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홍 교수는 “간질환자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복용 후 3∼5년간 발작이 한번도 없다면 약을 점차 줄이다 끊게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간질환자의 70∼80%는 약으로 완치할 수 있으며 20∼30%는 약으로만 치료하기 힘들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봉 교수와 팀을 이뤄 일하며 수술을 맡고 있는 신경외과의 홍승철 교수는 무엇보다 ‘팀워크’를 강조한다.
홍승철 교수는 “간질환자 수술시 문제가 있는 부위를 조금이라도 남기면 재발하고, 많이 잘라내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정확한 수술부위를 찾기 위해 수술실에서 환자의 뇌 바깥 부위에 전극을 삽입하는 ‘피질 뇌파검사’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때 검사를 시행하는 신경과와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의 긴밀한 협력이 수술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계획을 세워 수술을 하기에 홍승철 교수의 수술 성공률은 95%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다.
홍승철 교수와 홍승봉 교수는 팀워크를 위해 94년엔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연수를 같이 받았다.
간질환자의 발작시 대처 요령을 홍승봉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주변에 환자가 부딪쳐 다칠 만한 물건을 빨리 치워놓고 손발이 떨리는 증상이 멈추기를 기다린다. 간질증세가 끝나면 옆으로 눕혀 입 속의 분비물이 밖으로 나오도록 해준다. 10분 이상 간질이 계속되면 위험한 상황이므로 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국의 간질 명의들▼
국내에서 간질 치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간질클리닉(이병인 교수), 아주대병원 간질클리닉(허균 교수), 한양대병원 간질클리닉(김주한 교수) 등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병인 교수는 89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간질 전문클리닉을 개설했으며 1996년 대한간질학회 창립을 주도해 간질학이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허균 교수는 간질학회의 사회위원장을 맡으면서 간질환자의 권리회복과 복지에 많은 기여를 했다. 서울대병원 소아과의 황용승 교수는 소아간질 분야의 대가. 황 교수는 어린이 연령에 따른 진단 및 치료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상계백병원의 김흥동 교수는 치료하기 힘든 6세 이하 소아 간질을 ‘케톤식이요법’으로 치료하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케톤식이요법이란 지방을 주로 섭취하는 식사로 간질을 30∼50% 정도 줄이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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