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어령 에세이 ´흙속에…´ 200만부 판매

  • 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38분


'흙속에 저바람속에' 초판 (왼쪽 )현암사에서 펴냈고 1 985년부터 문학사상에서 발간하고 있다.

'흙속에 저바람속에' 초판 (왼쪽 )현암사에서 펴냈고 1 985년부터 문학사상에서 발간하고 있다.

1962년, 당시 경향신문 논설위원이었던 29세의 이어령(문학평론가·전 이화여대 교수)은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신문에 연재했다. ‘이것이 한국이다’라는 부제 아래 연재를 시작한 ‘흙 속에…’는 대단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전통사회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이제껏 보지 못했던 문체 및 시각, 서술 방법 등이 대중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

이어령은 “연재가 끝난 후 현암사에서 바로 책으로 묶어 내, 초판 5000부를 찍었는데 발행 당일 5000부가 다 나갔다. ‘흙 속에…’의 선전으로 집과, 크라운 자동차를 마련했다”고 회고했다.

현암사측은 “1960년대에는 5∼6만부 이상 판매되면 베스트셀러로 평가받았다. ‘흙 속에…’의 경우 초판 출간 이후 1년 동안 나간 수량만 30만부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흙 속에…’가 발표된 지 40주년을 맞아 월간 ‘문학사상’ 9월호는 이를 재조명한 특집을 마련했다.

‘흙 속에…’는 전후의 빈곤과 정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인에게 민족적 긍지와 ‘신명나게 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세이의 배경에 대해 이어령은 “우리네 전통적인 농경사회에 대한 비판이었다. 의식주의 저변에 깔린 우리 정서와 문화의 특이성을 얘기하면서, 거기서 벗어나 새로운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태동 서강대 교수는 “‘흙 속에…’는 한국의 흙과 바람 속에 깊숙이 묻어있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풍습과 그 표정을 문화론적인 시각으로 분석해 계몽주의적인 차원에서 쓰여진 글”이라며 “그 동안 순응주의적인 감상의 늪에 빠져 있던 한국 에세이 문학에 혁명의 바람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학시절, 불현듯 다시 보고싶었던 책이 ‘흙 속에…’였다는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한국’을 지켜본 사람만이 읽어낼 수 있었던 이야기 한마당이요, 그 속에서 한과 분노가 해학을 빌어 슬그머니 눙쳐지고 관조적 시선에 담겨 격조 있게 승화된 무대였다”고 평했다.

1985년부터 문학사상사에서 ‘흙 속에…’를 펴내고 있다. 이 출판사의 관계자는 “영어판 중국어판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200만부가 넘게 판매됐다”고 밝혔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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