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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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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이동우어학원에서 한 어린이가 머리에 센서를 붙이고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이동우어학원 부설 학습능력개발연구소. 한 어린이가 머리에 센서를 붙인 채 컴퓨터 화면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화면에는 ‘패크맨’(어린이 오락에 나오는 작은 물체)이 등장,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이며 먹이를 먹는다. 어린이가 편안한 상태에서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패크맨이 움직이고, 그렇지 못하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때는 패크맨 대신 꽃이 등장하는데 정신을 집중해 뇌혈류량을 증가시킬수록 센서가 반응하면서 꽃이 커진다.
개인지도 형태로 이뤄지며 임상심리사와 소아과전문의 김금전씨(43·화곡연세소아과 원장)가 주의력 향상을 위한 처방을 내려준다. 어린이들은 먼저 학습능력이나 감성지수와 관련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상담한다. 지능검사와 적성검사를 받은 뒤 주 2회 정도 컴퓨터를 이용한 ‘바이오피드백’(생체되새김) 트레이닝을 받는다. 학생들은 언어능력, 수리 논리력 등 ‘공부머리’에 관련된 좌뇌를 20분, 미술 음악 체육 등 감성활동에 관련된 우뇌를 20분 ‘운동’시킨다. 센서를 머리에 대고 정신을 집중하면 뇌파가 나오는데, 이 중 집중력과 주의력 침착성을 길러주는 ‘로 베타파(波)’를 많이 낼수록 점수를 많이 얻는다. 또 스트레스나 강박관념이 심한 어린이들은 감성을 고양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알파파’를 많이 내도록 훈련 받는다.
훈련을 많이 받을수록 뇌파의 반응속도 역시 빨라진다. 김금전 원장은 “학생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정신을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조건반사’를 통해 뇌파를 발산한다. 20회 정도연습하면 집중력이 일정 수준 향상되며, 일단 향상되면 그 능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훈련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재밌다는 반응이다. 이태규군(11·분당신도시 내정초등 5년)은 “처음 (훈련을) 하고 나면 약간 피곤해 진다. 그렇지만 ‘초능력’을 쓰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바이오피드백’ 혹은 ‘뉴로(신경)피드백’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1980년대 중반 도입된 이후 90년대 후반부터는 심리치료방법으로 정착되고 있다.
한 소아과전문의는 “바이오피드백은 원래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아동을 치료하는데서 비롯됐지만 최근에는‘뇌를 위한 에어로빅’ 정도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러나 사전에 아동의 뇌와 심리상태에 대해 충분히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이지스펙트럼’ 심리학회 인터넷사이트(www.eegspectrum.com)에 따르면 바이오피드백으로 뇌운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만 5∼15세가 적당하며, 나이가 들면서 ‘고정관념’이 많아질수록 훈련효과가 줄어든다고 한다.
02-511-3318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