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둔형 '방콕'族 는다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41분


일체의 사회활동을 거부한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로, 최근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히키코모리 족’(은둔형 외톨이)이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소장 이시형·李時炯)와 강북삼성병원, 서울 동남정신과의원은 “200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동남정신과의원을 찾은 13∼30세 환자 24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31명이 △친구가 한 명도 없고 △가족간의 대화가 없으며 △혼자 식사하는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유형”이라며 “국내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획일적 교육, 권위적 가족 관계 등으로 스스로 ‘왕따’를 자청하는 것이며 주로 등교 거부를 통해 증세가 시작된다. 따라서 이는 가정 학교 사회 등의 사회문화적 산물이며 뇌의 이상으로 생기는 자폐증, 여러 가지 이유로 단순히 사람 만나기를 피하는 대인기피증 등과는 다르다.

이들은 일상 생활의 대부분을 인터넷과 TV에 몰두하고 낮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으며 우울증 성격장애 강박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로 진단된 사람 중 9명은 부모를 폭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학력지상주의와 핵가족화 현상을 꼽았다. 매년 중고등학교에서 5만5000여명이 중도 탈락하고 소자녀 경향(가구당 1.43명)이 점점 심해져 친구와 친척, 이웃 등과 단절되는 고립 현상이 외톨이를 낳았다는 것.

또 인터넷 중독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도 은둔형 외톨이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2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제 12차 세계정신의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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