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해외 전문가들 "프리틴은 예민하고 반항적 세대"

  • 입력 2002년 7월 18일 16시 06분


프리틴(preteen).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 2000년판은 9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 전 청소년기(preadolescent)라고 해석하고 있다. 같은 의미로 서브틴(subteen)도 쓴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한편 웹스터사전 1997년판은 10세에서 13세 사이의 소년 소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뜻풀이를 달았다.

연령대 범위는 조금씩 다르게 규정하지만 영어권에서 프리틴은 이렇게 일상용어로 정착했을만큼 ‘어린이(children)’도 ‘청소년(adolescents)’도 아닌 중간지대의 나이, 그런 정체성을 갖고 있는 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리틴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은 이 또래 자녀들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부모를 당혹스럽게 했기 때문.

프리틴 자녀를 둔 미국의 부모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가는 사회사업가나 심리학자 등이 참여하는 부모카운슬링 사이트 ‘프리틴에이저스 투데이(www.preteenagerstoday.com)’ ‘청소년 기르기(www.parentingadolescents.com)’의 전문가 도움말난 등에 잘 드러난다.

‘열두살 난 딸이 여름캠프에서 남학생을 사귀었는데 데이트를 허락해야 할까요?’ ‘수염깎기는 몇 살부터 하는 게 적절한가요?’ ‘몸의 변화(성징)에 대해서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합니까?’ ‘동급생에 비해 공부가 처진다고 아이가 심한 우울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요?’‘도대체 사춘기가 정확히 뭡니까?’….

신체의 변화, 이성에 눈뜸, 학습이나 외모 등에 목표치를 갖기 시작하면서 타인에게 열등감을 갖거나 좌절을 느끼는 것…. 프리틴문제 상담 전문가인 사회사업가 데브라 디종은 프리틴의 이런 심적 갈등이나 혼돈을 나타내는 언행으로 △꺼져버려(Just go away!)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Nobody likes me) △난 잘 하는 게 아무 것도 없어(I’m not good at anything) △죽고 싶어(I want to die)를 꼽았다.

디종씨는 이런 태도를 보이는 프리틴에게 부모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가르쳐 주고 확신시켜야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존중’‘자기애’이라고 강조한다. 자기를 귀하게 여기는 자세를 갖는 것이 이 시기에 닥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게 하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신경질을 내고 반항하는 아이에게“왜 그러니?”라고 집요하게 묻기보다는 “지금은 서로 얘기하기에 좋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조금있다 얘기하자”라고 부모가 냉각기를 제안하는 여유도 때론 필요하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좌절할 때는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널 좋아해. 엄마 아빠는 널 좋아한단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정말 속상하겠구나. 내가 느끼는 건 그러니까…” 하고 아이의 감정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열중하고 즐거워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부모가 면밀히 살펴서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일상을 세팅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가 “죽고 싶다”고 말할 때 거친 말버릇 정도로 우습게 여겨서는 안된다. 아이가 그런 말을 할 때는 얼마나 치밀하게 그 문제를 생각했는지 캐물어야 한다. 생각이 구체적일수록 위험성은 높다.최근 초중학생의 자살사건이 발생하는 한국사회에서도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조언이다.

발달심리학자나 가족치료 전문가들은 “프리틴 세대를 키우는 부모는 짜증이 나더라도 아이가 기저귀를 떼던 무렵 얼마나 세심하게 배변훈련을 시켰던가 그때의 노력을 상기하라”고 입을 모은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가 자녀가 남은 생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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