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알코올 중독 성직자의 용기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36분


서울대교구 ‘가톨릭 알코올 사목상담소장’으로 재직중인 허근 신부(52)가 2일 가톨릭 계통의 주간 ‘평화신문’에 ‘허근 신부의 알코올 탈출기’ 연재를 시작해 화제다.

그는 1980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추기경 비서와 서울 상계동, 면목동 등의 주임신부로 활동해왔다. 지난해에는 시집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절대고독…. 난 알코올 중독자였다’라는 제목의 첫회에서 “한때 술을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소주 8명, 맥주 24병을 위에 쏟아부어넣곤 했다. 술은 이슬비가 몸을 적시듯 서서히 나의 몸을 파괴했고, 결국에는 영혼까지 무너뜨렸다”고 고백했다.

98년 4월1일자로 기록된 그의 일기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무너져내리는 자신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내 자신이 한없이 밉다. 빨리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 단주(斷酒)를 해야만 한다.”

그는 성직자가 알코올 중독이라고 인정하는 게 무엇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것은 고통받는 알코올 중독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다. 말이야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더욱 그의 시는 가슴으로 파고든다.

‘술을 끊으니/꽃이 피는 봄이 보이고/푸르름이 가득 찬 여름이 보이고/오색 단풍의 가을을 느낄 수 있네’(‘술을 끊으니’ 중)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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