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有 備 無 患(유비무환)

  • 입력 2002년 4월 28일 17시 25분


有 備 無 患(유비무환)

備-갖출 비 患-근심 환 斬-목벨 참

幕-장막 막 親-친할 친 寶-보배 보

春秋時代(춘추시대) 晉(진)의 悼公(도공)은 英明(영명)한 군주였다. 그에게는 司馬魏絳(사마위강)이라는 유능한 신하가 있었는데 法을 嚴正하게 집행하기로 유명했다. 하루는 悼公의 동생 楊干(양간)이 軍法(군법)을 어지럽힌 사건이 발생했다. 司馬魏絳은 차마 楊干을 죽일 수는 없어 대신 그의 馬夫를 잡아다 斬首(참수)하고 말았다.

그러자 楊干이 悼公에게 울면서 하소연했다. “지금 司馬魏絳의 눈에는 보이는 게 없나 봅니다. 그는 우리 王室을 욕보였습니다.”

아무 영문을 모르고 있던 悼公은 벽력같이 화를 내고는 당장 司馬魏絳을 잡아오라고 했다. 그 때 司馬魏絳을 변호한 자로 羊舌(양설)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司馬魏絳은 忠臣입니다. 그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며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필시 무슨 곡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司馬魏絳이 宮門에 당도했다. 그는 悼公에게 한 통의 上疏文(상소문)을 올리고는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自決하려고 했다. 마침 문지기가 제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上疏文을 읽어 본 悼公은 그제서야 사건의 內幕(내막)을 알게 되었다. 그는 신도 신지 않은 채 宮을 내려와 司馬魏絳을 껴안고 말했다.

“내가 잘못했소.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소.”

이 일이 있고부터 悼公은 더욱 그를 신임하게 되었으며 그에게 신병을 훈련시키는 중책을 맡겼다. 당시 晉의 북쪽에는 오랑캐가 세운 無終國(무종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평소 晉의 위협에 시달렸던 그들은 和親(화친)을 목적으로 사신을 통해 진기한 예물을 바쳐왔다. 하지만 悼公은 냉담했다. “녀석들은 신의도 없을 뿐더러 탐욕스럽기 그지없소. 차라리 거절하고 치는 것이 더 낫겠소.”

그러자 司馬魏絳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自請해서 和親을 요구해 왔다는 것은 晉으로는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결국 그의 건의대로 和親을 맺고 外患(외환)을 줄일 수 있었다. 몇 년 뒤, 晉은 司馬魏絳의 努力으로 초강대국이 되었다. 悼公이 그에게 金銀寶貨(금은보화)를 하사하자 司馬魏絳은 정중히 거절하면서 말했다.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십시오(居安思危).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思則有備) 대비태세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되는 법입니다(有備則無患).”

이리하여 悼公은 마침내 그의 도움으로 覇業(패업)을 이루게 되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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