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씨에 듣는 2002년]"월드컵홍보하며 일류국가기원하죠"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06분


《소프라노 조수미는 2600명의 고국 음악팬과 함께 새해를 맞았다. 12월31일 시작해 자정을 넘기는 예술의 전당 ‘송년 및 신년맞이 콘서트’ 주인공으로 나선 것. 지난해 크로스오버 앨범 ‘온리 러브’로 10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그는 이제 다양한 연령층의 팬을 갖고 있는 ‘국민 아티스트’가 됐다. 새해 아침 숙소에서 쉬고 있는 조수미를 만나 새해소망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

-‘신년맞이 음악회’의 성황을 축하드립니다. 콘서트 도중 걸고 있던 목걸이를 추첨으로 관객에 선사한 깜짝 이벤트가 단연 화제더군요. 콘서트 티켓도 공연 한달 전 이미 매진돼 다들 놀래더군요.

“팬들의 사랑에 감사할 뿐이죠. 글쎄 탤런트 고소영씨도 저한테 전화를 해서 꼭 티겟 두장만 구해달라고 하더군요. 나도 한 장도 없다, 미안하다고 했죠.”

-고소영씨는 어떻게 알게 됐죠?

“여자들 가는데 있잖아요. 미용실이나…(웃음).

-새해 운수는 혹시 따져보셨나요?

“나는 점을 안봐도 엄마가 보시죠. (웃음) 올해는 상도 많이 받고, 개인적인 면에서 기쁜 일(!)도 있을 거래요.

-새해에 손꼽아 기다리는 일이 있다면?

“늘 하고 싶던 오페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처음 출연해요. 세계에서 가장 큰 공연장 중 하나인 미국 헐리웃 볼에서 올 봄에 공연을 갖게 되죠. 미시간 오페라단에서 공연할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 도 좋아하는 배역이라 기대가 돼요. 바로크 시대 음악을 엮어 새 앨범도 내놓고 싶고, 그 밖에도 할 일이 너무너무 많은데….”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도 최근 꼭 조수미씨와 새 앨범을 내놓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만.

“자랑 좀 할까요? 보첼리는 타고난 음성이 훌륭한 분이지만 음악적 트레이닝이 많이 된 사람은 아니잖아요. 나를 만날 때 마다 일종의 ‘레슨’을 받고 싶어해요. 저와 많이 다니면서 좀 더 숙련된 노래를 배우고 싶대요. 제가 올해 내놓게 될 새 앨범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월드컵 홍보대사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

“우선 3일 일본에서 월드컵 홍보를 겸한 NHK방송의 신년콘서트에 참가해요. 6월 월드컵 기간중에 어떤 이벤트를 벌일 지에 대해서도 많은 계획들이 논의되고 있어요. 유럽 미국에서도 방송 출연할 때 마다 한일 월드컵 얘기를 빼놓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성악 활동을 하다보면 자기 실력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태어난 나라의 국력도 매우 중요하죠. 국력이 강한 나라의 예술가가 같은 실력일 경우 더 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일류국가가 되도록 항상 기원하고 있어요. 저는 이번 월드컵 홍보대사를 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네티즌이 사랑하는 아티스트 1위, 일반인이 닮고싶은 여성 5위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도 만족스럽게 살고 계시나요.

“거울에게 ‘거울아, 나 열심히 살고 있니’하고 물어보죠. 그때마다 거울이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네 시간좀 가져라’ 해요.”

-자기 시간이 그렇게 없습니까.

“바캉스 계획까지 세워놓았다가도 어떤 극장에서 재미있는 제안이 오면 솔깃해서 바캉스를 취소하고 달려가곤 하죠. 좋은 연주회장은 세계에 너무 많으니까요.”

-최근 발매된 워너사의 ‘화이트 콘서트’는 조수미씨가 처음 도전하는 원전연주 레퍼토리로 눈길을 모았는데요, 옛 음악을 옛 악기와 연주방식대로 연주하는 ‘원전 연주’가 체질에 맞았나요?

“학구적인 새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제 목소리에도 잘 들어맞았던 것 같아요.”

-인기 스타니까 성격이 까다롭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가까이서 만난 사람은 조수미씨가 화통하고 남을 잘 배려한다고 얘기합니다.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재미있는 일도 잘 만들어내고…. 지난 연말 예술의 전당에서 목걸이를 선물한 깜짝 서비스도 혼자 생각해낸 거라면서요.

“유학가서 첫 3년동안 매우 고생이 많았어요. 적응도 쉽지 않고, 외롭고, 경제적으로도 그랬죠. 그러면서 성숙해 진 것 같아요. 누구나 약하고 슬픈 면이 있구나. 누구인가를 떠나 사람이라는 존재에게는 너 나 할 것 없이 잘해주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늘 갖죠. 재미? 한번 사는건데 재미있는게 좋잖아요.”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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