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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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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로 참가한 중국 상하이대 왕샤오밍(王曉明) 교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루쉰은 혁명가라는 측면만 소개되어 젊은이들의 관심을 못 끌었지만, 중국사회가 급변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다시 젊은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루쉰에 관한 논의가 폭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루쉰에 매료되고 있는 것은 그가 생전에 스스로를 반성하며 자아를 확립해 나가는 근대적인 주체 정신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왕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루쉰의 ‘횡참(橫站)적 자세’에 주목했다. ‘횡참적 자세’란 ‘비스듬히 서서 보는 태도’를 뜻하는 말로, 사회가 급변할 때 어느 쪽에도 섣불리 찬동하지 않고 경계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려는 입장을 말한다. 급변하는 중국에서 국가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중국인들에게 루쉰이 20세기 초에 취했던 횡참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백원담 교수(중문학)는 루쉰의 ‘권(圈)’ 개념을 강조하며 루쉰의 현실 극복 방식을 배우자고 제안했다. ‘권(圈)’이란 짐승을 기르는 나무울타리로서 인간이 인간일 수 없도록 가두는 장벽을 의미한다. 루쉰은 봉건중국의 현실을 한계 짓는 ‘권’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인식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 나아가 일본제국주의와 서구제국주의의 압박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 권을 혁파해 나갔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동아시아 국가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의 국력이 강화되면서 중화사상이 주변국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왕 교수는 “중국의 지식인들은 그런 중화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라며 배타적 중화사상에 대한 중국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