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酒 池 肉 林(주지육림)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31분


酒 池 肉 林(주지육림)

池-못 지焚-태울 분 坑-묻을 갱

版-조각 판群-무리 군 脯-포 포

‘暴君’(폭군) 하면 떠오르는 것이 秦始皇(진시황)이다. 사실 焚書坑儒(분서갱유)나 阿房宮(아방궁) 따위의 부정적인 면을 제외한다면 그는 중국 최초의 통일 군주였을 뿐만 아니라 그에 의해 ‘中國’이라는 版圖(판도)가 확정되었다. 이후 중국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지 않고 지금의 大國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의 功이다. 그렇다면 그는 오히려 위대한 통치자였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영문표기인 ‘CHINA’가 그의 ‘秦’(중국 발음 ‘친’)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진정한 暴君이란 업적은 하나도 없고 포악하고 못된 짓만 일삼아 결국 나라를 亡國(망국)으로 이끈 군주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폭군을 꼽으라면 夏(하)의 桀王(걸왕)을 능가할 자가 없을 것이다.

그는 才略(재략)과 武勇(무용)을 겸비한 자였다. 有施氏(유시씨)라는 나라를 치자 妹嬉(말희)라는 미녀를 바쳐왔다. 그녀의 미모에 매료된 桀王은 환심을 사기 위해 보석과 상아로 장식한 궁전을 지어 바치는가 하면 전국에서 3000명의 미녀를 뽑아 오색 비단옷을 입혀 群舞(군무)를 추도록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오래 보면 싫증이 나는 법, 妹嬉는 색다른 제안을 했다. 궁 안에 연못을 파 바닥에 흰 자갈을 깔고 그 속에다 향긋한 美酒(미주)를 채우고(酒池), 연못 주변의 언덕에다 고기의 산을 쌓도록 해 나뭇가지에 肉脯(육포)를 잔뜩 걸어놓게 하자(肉林)는 것이었다. 桀王이 그렇게 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酒池肉林이 완성되자 두 사람은 연못에 배를 띄워 뱃놀이를 즐겼다. 향긋한 술 내음이 코를 자극하고 3000명의 미녀들은 못가에서 음악소리에 맞춰 군무를 추었다. 곧 이어 ‘둥둥둥!’ 북소리가 울렸고 궁녀들은 ‘풍덩!’ 연못 속으로 뛰어 들어 술을 퍼 마시고는 나뭇가지의 肉脯를 안주 삼아 먹었다.

어떤 宮女는 허우적대다가 빠져 죽는가 하면 어떤 宮女는 怪聲(괴성)을 지르면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렇게 하기를 몇 달, 극도의 사치에 國庫(국고)는 텅 비게 되었고 민심은 등을 돌리고 말았다. 마침내 湯(탕)이 일어나 桀王을 죽이고 夏를 멸망시키니 이가 殷(은)나라를 세운 湯王(탕왕)이다. 결국 夏의 桀王은 享樂(향락)과 淫逸(음일)로 나라를 망하게 하고 말았다. 나라가 망하는 데 軍隊만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고 하겠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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