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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2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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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는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 존스홉킨스 병원 등이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미국 병원 자본의 활동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치열교정 전문병원 업체인 OCA(Orthodontic Centers of America)가 국내 진출을 위해 S, P씨 등 국내 유명 치과의사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세계 600여개 지점을 거느린 OCA는 미국에서 치열교정 전문의 자격을 따고 국내에서 개원 중인 이들 치과의사에게 최근 한국 지사장 자리를 제의했으며 한 벤처기업에 관련 시장 조사를 의뢰했다.
OCA를 비롯한 세계적인 병원은 병원 설립 전 △의료 광고 전면 자유화 △병의원 설립 요건 대폭 완화쪽으로 국내 의료법의 개정작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CA 본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트 베로다 비치에 있으며 85년 병원 사업을 시작해 올 6월 현재 △미국 611개 △일본 28개 △멕시코 3개 △스페인 2개의 지점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순 수익만 2억6880만달러(약 3440억원)에 이르며 94년 뉴욕 증시에 상장돼 현재 30달러의 주가를 지키고 있는 초우량 기업이다.
한국 지사장을 제의받은 M치과 원장은 “OCA쪽에서 최소 5억원의 연봉을 약속했다”면서 “체인 치과에 고용되는 의사도 1억∼1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고 소개했다. OCA 측은 투자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은 모두 미국으로 가져가게 된다.
OCA 측과 접촉한 국내 치과 의사들은 “OCA측이 1999년 일본에 진출할 당시 후생성이 반대했지만 미 무역대표부, 주일 미 대사관 등을 앞세워 병원 설립을 일부 제한한 의료법을 개정시키면서 일본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OCA 측은 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만 병원을 개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 한국의 의료법 등은 명백히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을 위배한 것으로 조만간 WTO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OCA는 국내의 치열교정비 400만∼500만원보다 30% 정도 싸게 치료비를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의 선진 기술과 첨단 장비가 지원될 예정이어서 국내 치과의원들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외교통상부 최혁(崔革) 통상교섭 조정관은 “의료 서비스 분야 시장개방은 아직 어떤 사항도 합의되지 않은 만큼 벌써부터 의료법 개정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다만 의료시장을 전면 개방하라는 미국 등 선진국의 압력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