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맘' 이형래씨＂라마단 기간 금욕-전쟁 병행은 비극＂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이 한달간 단식을 행하는 라마단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슬람력으로 9월 한달 동안 행해지는 라마단은 올해의 경우 17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나라에 따라서는 16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될 수도 있다. 8일 서울 한남동 한국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모스크)에서 이행래 이맘(예배집전자)을 만났다. 그는 기상청에 전화해 15, 16일의 일몰시간을 알아보고 있었다. 이맘의 임무 중 하나는 라마단이 다가오면 초승달의 모습을 확인하고 라마단의 시작을 선포하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라마단은 언제 시작하는가.

“순수한 음력인 이슬람력은 해뜨는 시점이 아니라 달뜨는 시점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이슬람력 9월이 시작됐는지를 알려면 초승달을 보고 확인해야 한다. 달의 주기는 대략 29일이며 30일을 넘지 않는다. 15일은 이슬람력으로 8월 초승달이 뜬 때로부터 29일째 날이다. 이날 밤 초승달을 보면 다음날인 16일 일출부터 라마단을 시작해야 한다. 15일 초승달을 보지 못하면 달의 한 달 주기를 넘긴 16일은 당연히 초승달이 뜨는 것으로 간주해 다음날인 17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올해 16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라마단은 다른 종교의 단식과 어떤 차이가 있나.

“동틀 때부터 해질녘까지 적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단순히 먹는 것뿐만 아니라 마시는 것도 금지돼 있다. 흡연과 성교도 안된다. 기독교나 불교에서는 단식이라고 하더라도 물까지 금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경우 여름철에 라마단을 맞으면 물을 먹을 수 없어 고역이다. 금연도 만만치 않다. 나는 1961년 처음 무슬림이 됐을 때 라마단 기간 중 담배를 피우고 싶어 혼이 난 경험이 있다.”

-라마단이 신앙을 위해 어떤 도움을 주나.

“절제의 생활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식욕 성욕 등과 같은 원초적인 욕망을 참는 훈련을 통해 악을 억제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양심을 배양하는 데도 유익하다. 남이 보든 안보든 알라와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단식은 현대적인 의미에서 육체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나 자신 몇해전 평소 설사로 고생했는데 라마단을 하면서 고친 경험도 있다.”

-미국이 라마단 기간 중에도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무슬림은 전쟁 중에도 라마단을 지키는가.

“이슬람의 원칙은 현실적이다. 미성년자 정신이상자 노약자 등은 라마단을 지킬 필요가 없다. 비행기 조종사 등 심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모든 전투원이 비행기 조종사와 같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전투원도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라마단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라마단의 정신에 비추어봤을 때 전쟁과 라마단을 병행해야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6·25전쟁 때 터키군의 참전으로 이슬람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1965년 한국이슬람중앙회가 설립됐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한국인 3만4000여명과 외국인 6만여명 등 10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라마단이 끝나는 날(12월 15일 혹은 16일) ‘이둘 피트르’라는 무슬림 최대의 축제를 갖는다. 이날 저녁은 서울중앙성원 인근 이태원 거리에서 무슬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날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 같지 않다. 서울중앙성원은 경찰의 검문검색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삼엄하다. 이런 분위기가 혹시 올 라마단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이 이맘은 걱정에 싸여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 이맘이란

아랍어로 지도자라는 뜻. 원래 이맘이란 용어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계승자를 지칭하는 ‘칼리프’와 동의어로 쓰였으나 현재 이슬람 수니파에서는 모스크에서 예배를 인도할 수 있는 교육받은 교도를 지칭하는 데 두루 사용되고 있다. 수니파에는 신과 사람을 중재하는 존재로서의 성직자 제도는 없으며 이맘은 성직자가 아니다. 한국 이슬람교는 수니파에 속한다. 그러나 시아파에서 이맘은 특별한 영적인 존재다. 최후의 이맘이 역사에서 사라지자 숨은 이맘에 대한 신앙이 생겼고 숨은 이맘은 구세주와 동일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