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無파업' 순항하나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42분


서울지하철 노조 배일도(裵一道·49·사진) 위원장. 지난해 1월 “서울지하철노조는 더 이상 파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노조’로의 변신을 선언해 관심을 모은 그가 위원장 재선에 성공했다.

배 위원장은 28일 낮 12시까지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총 9034표 가운데 4480표(49.59%)를 얻어 4265표(47.21%)를 얻은 전 노조간부 출신 최종진(崔鍾珍·43) 후보를 박빙의 차로 따돌리고 87년 초대위원장, 현 9대에 이어 3번째로 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이번 선거는 배 위원장의 무파업 선언에 대한 재평가라는 성격이 담겨 있어 관심을 모았다. 특히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는 배 위원장의 ‘독자노선’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한 노동전문가는 말했다.

배 위원장이 처음부터 ‘무파업 전령사’였던 것은 아니다. 87년 서울지하철노조 결성 주도,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 초대의장, 두 차례 투옥 등…. 그가 만든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의 선봉대 구실을 하며 강성 노조로 각인돼 왔다.

그러나 99년 4월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이 상처만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간 뒤 그해 9월 위원장에 당선되자 “회사가 망하면 노조도 망한다. 파업 위주의 낡은 투쟁방식은 버려야 한다”며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나선 것.

이번 선거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결선투표에 나선 그가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실험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반수 득표에 실패함으로써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장 올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임금인상 등에서 별 과실을 따내지 못할 경우 내년 조합원 투표에서 인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배 위원장의 재선으로 90년대 잦은 파업을 거치며 ‘지옥철’로 인식돼 온 서울지하철의 ‘무파업 순항’이 계속될지, 또 그의 ‘제3의 노동운동 실험’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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