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그리스로마신화전' 설명회 300여명 몰려 큰 성황

입력 2001-09-09 18:28수정 2009-09-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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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열기가 뜨겁다.

8일 오후‘그리스 로마 신화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 소설가 번역가이자 신화전문가인 이윤기씨의 슬라이드 설명회에 그리스 로마 신화 매니아, 이씨 매니아 등 관람객 300여명이 몰려 들어 미술관 1층 로비 한쪽을 가득 메웠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도 많았다. 이씨는 베스트셀러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

“우리 한번,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프로디테(비너스)의 가슴을 합법적으로 들여다봅시다. 비너스의 가슴이 얼마나 예쁘길래 한국에서 여성 속옷의 상표까지 됐는지. 아프로디테의 가슴을 직접 감상할 기회가 어디 또 쉽게 찾아오겠습니까?”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이날 이씨는 특유의 제스처와 억양으로 관람객들을 사로 잡았다. 강연의 요지는 ‘상상력의 보물창고인 신화. 그 신화는 상징이고 신화읽기는 상징읽기’라는 점.

그는 조각상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슬라이드를 틀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런 조각상엔 글씨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조각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그 조각상엔 언제나 무언가 상징이 꼭 들어있습니다.”

신화읽기는 우선 그 상징을 읽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는 말이었다.

“이 조각상의 여인이 아프로디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인 옆에 어린 에로스가 있죠. 아프로디테가 에로스의 어머니이니 그 여인은 아프로디테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린 아이는 과연 에로스일까요. 비둘기를 들고 있으니 에로스임에 틀림 없습니다. 아, 그리고 에로스가 밟고 서있는 돌고래를 보세요. 아프로디테가 돌고래를 타고 한 섬에 착륙했다는 얘기도 있죠. 이 돌고래도 이 조각상의 주인공의 정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상징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강연시간이었지만 ‘상징의 의미는 무엇이고 상징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관한 메시지는 명쾌했다.

“‘박정희’라고 하면 그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 그저 기호일 뿐입니다. 그러나 ‘군인모자에 검은 선글라스’로 표현하면 그건 상징입니다. 그런데 박정희라는 이름보다 ‘군인모자에 선글라스’ 상징이 박 전 대통령의 본질을 훨씬 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상징의 힘입니다.”

그는 신화 전문가답게 신화에 대한 찬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미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 다 들어있습니다. 모든 문학과 예술은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갸날픈 패러디에 불과하합니다.”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는 쉽고 재미있는 설명이 돋보인 강연이었다. 강연이 끝난 직후 관람객들은 이씨의 설명을 되뇌이며 미술관 3층 전시장으로 향했고 일부는 이씨를 에워싸곤 질문과 사인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동아일보사 주최로 열리는 이번 ‘그리스 로마 신화전’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진품 문화재 150여점(이탈리아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 소장품)이 전시되고 있다.전시는 9월30일까지. 02-597-2230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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