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화제]작가 김영하 운영 4년만에 홈페이지 폐쇄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54분


◇"인터넷이 문학 싸구려化…홈페이지 폐쇄"

상생활서도 온라인 결별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경쾌한 필치로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아온 소설가 김영하씨(33)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my.dreamwiz.com/kasandra)를 최근 폐쇄, 문단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7년 9월1일 소설가로는 처음으로 인터넷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꾸준히 자신의 작품과 관련된 글을 올리면서 독자와의 소통공간을 마련한 모범적인 문학사이트를 스스로 없앤 것이다.

김씨는 홈페이지 문을 닫은 이유에 대해 “인터넷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져서”라고 말했지만 즉흥적인 결정은 결코 아니다.

“인터넷이 더 이상 창작활동을 하는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점점 마니아화되고 있는 문학은 대중적인 매체가 되어버린 인터넷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량 복제 기술이 글을 값싸게 만들고 있습니다.”

김씨는 이런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영화 주간지 ‘씨네21’에 기고하는 칼럼도 인터넷에는 올리지 말 것을 잡지사 측에 요구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는 온라인을 통해서는 어떠한 글도 발표하지 않을 계획이다.

인터넷에 능한 ‘신세대 작가’ 김씨가 ‘인터넷 철수’를 결정한 것은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매일 30여건이 넘는 독자들의 감상평에 일일이 답해주면서 독자들의 반응을 작품에 반영할 만큼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평단과 시장에서 동시에 호평받고 있는 장편소설 ‘아랑은 왜’(문학과지성사)도 인터넷에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반응을 참고하는 ‘쌍방향 창작’을 시도했던 작품이다.

“대량복제의 시대에는 도리어 오프라인 문화가 예술의 전위가 될 것입니다. 클래식 연주, 뮤지컬 공연, 종이 책과 같은 것 말이죠. 문학도 시대의 전위로서 살아남으려면 인터넷에서 유통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김씨는 창작활동에서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인터넷과 완전히 결별했다. 인터넷을 끊으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오프라인적 삶’에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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