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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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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 교수는 먼저 세계 문화의 미국화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문화 전반이 미국화돼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미국과 같은 영어 문화권인 영국도 같은 위기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미국은 같은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실제 매우 다른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영국에서도 대처방안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노블 교수는 미국문화의 세계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피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풍속 놀이 언어 등 민족 문화는 매우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현대 사회가 문화의 세계적인 통합을 강요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든 자기 문화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같은 영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비즈니스 사회에서 사용하는 국제영어는 ‘문화적’ 언어가 아니라, 의사소통만을 위한 ‘빈약한’ 언어입니다. 언어는 문화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통용어일 경우 그 문화를 담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한국 일본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영어 공용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다양한 국가들이 교류해야 하는 국제 정치 및 경제 등의 영역에서 주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일상적으로 모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한다면, 영어를 좀더 쉽게 익히고 자기 나라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나라의 문화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대학교육의 문제에 대해서도 충고를 잊지 않았다.
“한국의 주요 대학은 자기학교 출신을 교수로 많이 임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다양하고 개방적이어야 할 대학의 조건에 맞지 않습니다. 한국 내에서의 인적 교류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학과도 함께 인적 교류를 함으로써 서로 개방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니다.”
옥스퍼드대 국제위원회 위원장답게 노블 교수가 내놓은 대안은 동아시아 삼국의 인적교류였다. 영국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대학과 교류하듯이 한국도 중국 일본과 교류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26일 성균관대에서 ‘세계화와 문화적 다양성’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는데 이날 강연 내용은 5월13일(일) 오후 1시 EBS―TV를 통해 방영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