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화장실 보수 "19억원"

  • 입력 2001년 2월 20일 19시 21분


세종문화회관 화장실 수리에 19억원?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보수 비용만 그렇다.

세종문화회관 자료에 따르면 화장실 개선 사업에 투자된 비용은 지난해 9억6000만원, 올해 9억8000만원 등 19억4000만원. 전체 79곳 가운데 75곳 시설을 보수 및 증설할 예정이다. 화장실 1곳을 고치는 데 2500여만원이 드는 셈.

막대한 개조비용이 필요한 것은 ‘공룡’을 연상시키는 세종문화회관의 규모 때문이다. 화장실은 관객들이 주로 찾는 대극장의 20여곳을 비롯해 소극장 연습동 세종홀 등 전체 79곳에 이른다.

일반인들은 화장실 고치는 데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다.

하지만 이번 공사에 입찰한 ‘열성종합건설’은 울상이다. 이 회사의 이길우 소장은 “일반 화장실 공사는 평당 200만∼250만원 수준”이라며 “세종문화회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이라는 것을 감안해 좋은 재료를 사용했지만 받는 돈은 평당 220만원 수준이어서 다른 공사와 비교할 때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의 근본적인 고민은 화장실 개조 비용이 아니라 70년대 세워진 이 시설이 ‘골동품’ 수준이라는 데 있다. 실제 비중있는 공연은 시설과 음향이 좋은 예술의 전당 쪽으로 몰리고 있다. 3800여석의 대극장 객석을 교체하는 데 소요될 예산만 200억원이어서 “새로 짓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세종문화회관 시설관리팀 서춘기 차장은 “화장실의 경우 신축보다 보수에 통상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예산은 19억여원이 책정됐지만 서울 시민의 세금을 쓰는 공연장임을 감안해 비용을 70%선에서 절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실 개조에도 불구하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언제나 화장실이 만원”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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