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이집트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9시 14분


◇한껍질 한껍질 벗겨지는 이집트 문명의 신비

92년 10월 이집트에 강도 6의 지진이 발생, 약 400여명의 사망자와 1만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하고 수백채의 가옥과 콘크리트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대지진이 일어났다. 하지만 피라미드는 아무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만큼 피라미드가 튼튼한 지반 위에 견고하게 지어진 건물임을 증명한 셈. 무게 630만t의 피라미드가 서 있는 지반은 5000년 동안 1.25㎝ 밖에 가라앉지 않았다. 현대 건축공학에서 100년에 15㎝ 침강하는 땅을 빌딩용 부지로 삼는 점을 감안한다면 5000년 전 이같이 완벽한 부지를 어떻게 선정할 수 있었을까?

저자인 조선대 아랍학과 정규영 교수는 이 책에서 7년간 카이로대학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5000년간의 이집트 문명과 신비에 대한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어준다.

그의 이집트 여행은 고왕국시대부터 수에즈 운하에 얽힌 현대사까지, 또 이슬람부터 모세의 출애굽 유적까지 무척이나 넓게 걸쳐 있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내용 한 가지.

이집트 파라오는 왕가의 피를 보호하기 위해 근친혼을 서슴지 않았다. 람세스 2세는 자신의 딸 뿐 아니라 친어머니와도 결혼했다. 클레오파트라는 큰오빠와 결혼한 뒤 오빠가 죽자 다시 남동생과 결혼했다. 그런데 이같은 근친혼은 피의 순수성을 유지한다는 측면 외에도 왕권의 모계 상속 전통과 관련이 깊다. 즉 왕비에 오를 수 있는 모든 여자와 결혼해 두는 것이 왕권 유지의 핵심이었다는 것. 이렇게 보면 로마의 시저와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한 것도 정말 뜨거운 사랑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집트의 왕이 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었는지 아리송해진다.

아울러 1922년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은 채 발굴된 투탕카멘왕의 무덤과 발굴단원들의 의문사 등을 다룬 내용도 흥미있고, 274컷에 이르는 컬러 사진도 볼 만하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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