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폭력 현상', 당신의 자녀는 괜찮습니까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9시 25분


◇노출 꺼리고 속앓이만…

▽얼마나 심각한가〓서울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최근 둘째아들 생일파티에 아이들을 초대했다가 ‘왕따 폭력’(집단따돌림)을 목격했다.

남녀 아이들이 다들 어울려 노는데 한 남학생만은 전혀 끼워주지 않고 그 학생이 말을 해도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 ‘왕따파티’는 오후 1시부터 무려 6시간이나 계속됐다.

서울시내 일선 534개 초등학교가 8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집단따돌림을 포함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98년 5346명에서 99년 6257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7월말까지 4099명이나 됐다.

이중 집단따돌림의 경우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털어놓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 조사에서 본인이 ‘인정’한 사례는 98년 2명, 99년 79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7월말 기준 88명이었다.

일선교사들은 “초등학생의 경우 ‘속으로 앓는’ 경향을 감안하면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고 말한다.

보험회사들이 어린이들이 학교폭력이나 사고 등으로 다치거나 정신적 장애를 겪을 경우에 대비한 각종 어린이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해 재미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초등생 대상 폭력을 입증하는 한 단면이다.

◇'이유없는 가해' 많아

▽왜 그럴까〓‘사고 원인’을 밝히기 힘들다. 올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반년 이상 동급생들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했던 한 남학생의 경우. 피해 학생의 가족은 ‘몸무게가 불어 뚱뚱하게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추정했지만 담임교사는 “가해 학생들도 이유 없다고 말하고 있고 교사로서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해학생들도 ‘이유가 없다’고 ‘폭력의 이유’를 대고 있다. 평범하거나 모범적인 학생들도 따돌림과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등 예외가 없다.

청소년인권상담실 장정연(張正娟)상담원은 “장난에서 비롯되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이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특징”이라면서 “폭력의 내용도 단순 폭력보다는 금품을 뺏거나 따돌리고 놀리고 괴롭히는 등 정신적 폭력으로 바뀌고 있어 가정은 물론 우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외국 '집단 따돌림' 사례

<김경달기자>d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