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성성기능장애]약물에 따른 '여성' 혈액부족 때문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45분


《“제가 정말 ‘석녀(石女)’인가요?”

주부 김모씨(32)는 남편과 잠자리 때 아무리 애써도 통증만 있을 뿐, 만족할 수가 없어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남편은 처음에는 미안해 하다가 요즘에는 ‘딴 곳’을 찾는 것 같다. 남편과의 즐거운 대화는 기억에서 아득하다. 여성의 불만족. 여성에게 좌절감과 우울증을 안기고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곤 한다. 의사들은 이전에 ‘여성불감증’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병명이 환자에게 모욕감을 준다는 이유로 요즘에는 대신 ‘여성 성기능장애’란 말로 부르고 있다. 원인이 모호한 마음의 병으로 보다가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몸의 병’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계기는 비아그라 등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의 개발. 이들 약물의 작용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남성 장애’가 음경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 장애도 상당 부분 성기의 혈액 부족 때문임을 알게된 것.

국내에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지난해 미국의 대규모 조사결과 여성 성기능장애 환자는 43%로 남성 성기능장애자 31%보다 훨씬 많았다.

▽여성이 만족하지 못하면〓보통 여성은 성적 자극을 받으면 부교감신경이 흥분돼 성기에 혈액이 몰리고 질내의 점액샘에서 애액(愛液)이 분비된다. 음핵과 음순은 충혈돼 커지고 음핵의 지속적 자극이 방아쇠 구실을 해서 오르가슴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뇌에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진통작용이 있는 ‘천연마약’이 분비된다. 절정 후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여성을 부드럽고 모성적으로 만들며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들 물질이 분비되지 않는 여성 성기능장애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십상. 게다가 자신 뿐만 아니라 남편의 발기부전 조루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네 가지 성기능장애〓여성 성기능장애는 △도무지 성욕이 생기지 않거나 성행위를 혐오하는 성욕장애 △질의 윤활작용이 원활치 못하고 외음부 등 성기감각이 둔화되는 성흥분장애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하는 극치감장애 △성교통, 질경련, 평상시의 통증 때문에 성행위를 기피하는 통증장애로 분류된다.

특히 성흥분장애는 대부분 여성 성기에서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해 생기므로 흔히 남성의 발기부전에 비교된다. 미국의 조사에서 성인여성의 22%가 성욕장애, 14%가 성흥분장애, 7%가 통증장애를 겪고 있으며 극치감 장애는 세 가지 장애와 곁들여서 나타났다.

▽왜 생기나?〓원인은 다양하다. 어렸을 때의 경험과 연관된 심리적 이유를 비롯, 여러 가지 이유로 성기로 혈액이 잘 들어가지 못하고 이 때문에 음핵의 감각이 무뎌지고 질벽의 윤활작용도 떨어져 통증이 생긴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혈액에서 성욕구를 일으키는 남성호르몬이 감소하고 성적 흥분, 극치감 등과 연관된 여성호르몬도 준다. 몇 가지 우울증치료제 고혈압치료제 수면제 진통제 피임약 등도 성기능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일부 여성이 살을 빼려고 먹는 이뇨제는 질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성감을 줄인다.

자궁내막증 과민성대장염 등이 통증이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출산 수술 고통사고 등으로 신경이 손상됐을 때에도 성기능장애가 생긴다.

▽진단 및 치료〓성기능장애는 정확한 진단 뒤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당 부분은 부부 간 대화와 이해로 치료되지만 해결하지 못할 경우 병원으로 간다.

병원에선 우선 설문지조사를 하고 성기 혈액의 양과 속도 등을 검사한다. 혈액의 호르몬 양도 검사하며 질의 산도를 측정해 애액이 어느 정도 분비되는지 체크하기도 한다.

네 가지 장애 중 주치료 대상은 ‘성욕장애’와 ‘성흥분장애’. 나머지 둘은 두가지가 치료되면 자연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함께 쓰면 폐경기 여성의 성욕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질건조증 치료, 음핵 감각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

특히 바르는 에스트로겐제제는 질건조증 개선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을 잘못쓰면 음핵이 커지고 얼굴에 털이 많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성흥분 장애 환자는 비아그라나 다른 혈관확장제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다양한 남성발기부전 치료제를 여성에게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중이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선 여성의 음핵을 발기시켜 흥분장애를 고치는 치료기구 ‘에로스’를 공인하기도 했다.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의 환자도 성기로 들어가는 혈액이 감소해 장애가 일어나곤 하는데 이때엔 원인치료가 우선이다.

(도움말〓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비뇨기과 안태영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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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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