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뭉크뭉크' 불안에 살며 사랑을 꿈꾼다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42분


□'뭉크 뭉크'/ 에드바르드 뭉크 지음/ 이충순 옮김/ 302쪽 1만5000원/ 다빈치

현대인의 불안과 고뇌를 현실보다 어두운 색채 속에 일그러진 선으로 그려냈던 뭉크(1863∼1944). 노르웨이의 명문에서 태어났음에도 유년시절 소외되고 가난한 환경에서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을 겪었던 그의 예술 세계에는 항상 ‘불행했던 기억’이 담겨 있다. 뭉크의 일기 편지 판화연작 등을 담은 이 책은 ‘뭉크가 이야기하는 뭉크’다. 그의 삶과 정신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사로잡고 있었지만, 그러기에 그는 더욱 자유와 사랑을 꿈꿨다.

“여자들에게는 넘치는 생명과 아름다움이 있고/ 황금빛 머리카락과 빛나는 눈동자가 있고/ 자랑으로 부풀어오른 가슴/ 우리의 신이 축복한/ 휴식에 안성맞춤인 베개/ 왕이 빼앗긴.”

그러나 신경쇠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그는 결국 1908년 가을 정신분열증에 빠지고 만다.

“형상을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먼지까지 사용하는 능력,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이런 능력은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또 그런 각자의 능력이 어디에 자리매김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생명의 씨앗, 달리 말해 영혼이나 정신이 그런 것이 아닐까.” 그가 꿈꿔 왔던 사랑과 자유는 서로를 위로해주지 못한 듯하다.

“사랑은 자유롭지 못한 자유이고, 자유를 위한 것도 아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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