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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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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선후배로 초등 중 고등 대학교를 함께 나와 같은 병원, 같은 과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은 어깨동갑 형제 교수가 디스크 환자들을 위해 함께 책을 펴냈다.
국내 최고 병원을 놓고 다투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중앙병원에서 각각 척추질환을 책임지고 있는 이춘기(李春基·46) 이춘성(李春聖·45)교수가 그 주인공. 형제는 환자들이 필요없는 수술을 받거나 비과학적 민간의료나 보조기구에 기대며 되레 증세를 악화시키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5년 간의 작업 끝에 최근 의학서적 ‘상식을 뛰어넘는 허리병, 허리디스크 이야기’(한국학술정보 간)를 펴냈다.
형제는 둘다 미국 척추외과학회 정회원이며 올해초 본보에서 연재한 ‘베스트닥터의 건강학’에서 베스트닥터로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대한척추외과학회에서도 형은 간사, 동생은 학술위원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형은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 아우는 여성의 허리가 굽는 요부변성후만증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기도 하다.
형은 이번에 펴낸 책에서 동생이 디스크분야에서는 더 전문가라며 아우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보다 먼저 올리게 했다. 서울대병원에선 형이 동생 앞, 동생이 형 앞에서 교수나 선배에게 꾸지람 듣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형제의 전공의 시절 늘 팀을 달리했다.
그러나 형제라도 앞다툼에는 양보가 없다.
“아우는 저를 따라 정형외과에 들어왔죠.”(이춘기교수)
“아닙니다. 정형외과는 당시 의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과였고 제 생각대로 갔을 뿐입니다.척추는 제가 먼저 했으며 형제가 같은 병원 같은 과에 있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서울중앙병원에 갈 때 척추질환에 대해 형에게 많이 가르쳐 줬습니다.”(이춘성교수)
두 교수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책을 펴낸 뜻이기도 하다.
“디스크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0.5%에 불과합니다. 시중에는 최신 수술법이 범람하고 있으며 검증되지 않은 보조기 민간요법 등이 판을 치고 있죠. 환자가 수술을 받고자할 때는 두 병원 이상에서 진료받은 뒤 결정하는 것이 좋고 과학적 합리적 판단으로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합니다. 저희들의 책이 이런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