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 재산상속 남녀차별 없었다?… 16세기 '분재기' 발견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44분


조선시대 양반 가문에서는 자녀들에게 재산을 어떻게 나눠줬을까. 조선 중기에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한 일명 ‘분재기(分財記)’ 원본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호남 가사문화의 원류(源流)인 면앙정 송순(宋純·1493∼1582)의 문중인 신평 송씨 종친회가 최근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관에 기증한 이 문서는 조선 선조 5년(1572) 송순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가로 365㎝, 세로 68.5㎝ 크기로 124행, 4510자로 구성돼 있다. 이 분재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송순이 6남2녀의 자녀 중 장녀에게 밭 120마지기와 서당, 노비를 주고 차녀에게도 전답을 나눠주는 등 상속에 남녀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점.

또 140여명에 달하는 노비 이름을 모두 기록하고 첩의 아들 3명에게도 재산의 일부를 나눠준 것을 비롯, 조카 등 4명이 재산 분배 과정에 증인으로 참여토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이 문서는 특히 한자와 함께 지명 등을 이두(吏讀)로 기록, 옛 지명과 이두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朴焌圭·전남대 명예교수)가사문학관 개관준비위원장은 “당시 양반 가문의 재산 분배 실태와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그동안 분재기가 간혹 발견됐으나 이것처럼 방대하고 상세한 기록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담양〓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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