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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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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조각 재료로는 거의 쓰이지 않던 막돌을 쪼아 높이 6m의 거석 조각작품 ‘돌 다섯’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1일부터 경기 용인시 기흥읍 태광골프장 입구 ‘한용진 조각공원’에서 전시되고 있다. 조각 공원은 연말경 완공된다.
막돌은 석대 마감공사 등에 쓰이는 변성암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 평생 무심히 지나쳤던 이 돌이 원숙의 경지에 접어든 조각가를 사로잡았다.
막돌의 표면은 흑백의 선과 면이 무질서하게 교차하고 있다. 한용진에게는 이 무질서한 표면이 정선의 ‘금강전도’로 나타나기도 하고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주의 회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는 “일견 당혹스런 회화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막돌작업의 어려움이자 매력”이라고 말한다.
막돌은 작품 하나 완성하는데 다른 돌보다 몇배의 노력이 든다. 화강석이 대리석보다 서너배 질기고 막돌은 그 화강석보다 또 서너배 질기다.
평생 화강석 작업을 주로 해온 그가 60대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막돌을 잘 뚫으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 같다”며 어린이 같은 열정을 보이고 있다.
김이환(金利煥)이영미술관장은 작년 ‘갤러리 현대’가 개최한 ‘큰 산의 세물결전’에서 한용진의 작품에 매료돼 그의 이름을 딴 조각공원을 만들기로 하고 작품을 발주했다. 막돌작품 ‘돌 다섯’외에도 화강암 덩어리 16개로 만든 ‘흰돌’ 등 10여점이 이곳에 세워진다.
한용진은 서울대 미대 졸업후 중앙여고 이화여대에서 교편을 잡다 64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근교에 정착했다. 031―213―8223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