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비즈북스]영화속에 녹아 있는 세계경제의 흐름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9시 00분


게으른 농부가 연장탓만 한다고, 누구든 초등학교때 교과서가 만화책으로 만들어졌으면하는 바람을 가져 봤을 것이다.

똑같이 생각해서 영화로 세계 경제 흐름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는 이런 필요가 만들어낸 새로운 시도이다.

공산주의가 만들어 기고 사라질 때까지 순간 순간을 장식했던 영화들을 한번 보자. 공산주의의 시작은 영화 ‘레즈’가 장식한다. 미국의 성공한 저널리스트 존 리드가 러시아 혁명과 이후 국제인터네셔널을 취재하면 겪었던 공산주의 태동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다음은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였던 1930년대 대공황시기, 단연 ‘리틀 킹’이 돋보인다. 대공황 과정에서 피곤한 미국인의 일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대공황이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미국이 번영을 구가하던 50년대. GM, 포드와 같은 거인에 대항해 10년을 앞선 차를 만드는 기업가 정신이 ‘터커’라는 영화를 통해 그려지고 있다. 공산주의의 몰락은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와 ‘인터 걸’이 차지한다. 공산주의가 추구했던 평등의 가치관이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과 국민의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보호해 주지 못할 정도로 몰락해 가는 구소련의 경제 상황이 배경이다.

미국의 위기와 번영도 영화를 통해 표출되기는 마찬가지. 일본이 무서운 기세로 따라 붙던 80년대 미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던 복잡한 감정은 ‘떠오르는 태양’을 통해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그것도 기업인수와 관련한 살인사건이라는 대중 영화의 요소를 통해. ‘90년대 미국 경제의 두가지 특징인 주식시장과 빈부 격차는 ‘월스트리트’와 ‘풀몬티’에서 회화적으로 표출된다. 마지막 결론은 20대 80의 사회로 가고 있는 미국의 번영이 그들만의 잔치인지, 아니면 모두의 잔치인지에 대한 판단을 뒤로 한채 끝을 맺고 있다.

‘百聞而 不如一見(백문이 불여인견)’이라고 역사를 이해하는데 기록 영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 이런 점에서 다큐멘터리가 아닌 일반 흥행 영화로 세계 경제사의 단면을 보는데는 한계가 있다. 영화가 역사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흥행이 안될테니까….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 경제사’는 영화보다 그 영화가 나오게된 경제적 배경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작가가 글을 통한 대중 영화를 기록 영화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책의 묘미를 더해주는 점일 것이다.

▽이재광 지음/360쪽 1만2000원 혜윰▽

이종우(대우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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