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대중속의 예술 '포스터'의 역사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8시 31분


▽'포스터의 역사'/존 바니콧 지음, 김숙 옮김/284쪽 1만2000원/시공사▽

포스터의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가. 포스터란 무엇인가.

학창시절 포스터 그리기를 경험하지 않은 한국인이 있을까. 물자절약, 불조심, 반공 포스터…. 글씨는 상단이나 하단에 쓰고, 그림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주제를 잘 부각시키고, 명료하고 단순한 원색으로 깨끗하게 칠해야 한다고 배우고 강요받은 우리. ‘포스터의 역사’는 그것이 얼마나 획일적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 기법과 재료도 얼마나 다양한지….

게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포스터와 우리 곁에서 항상 눈길을 나누는 포스터 사이의 격차를 줄여주는 데도 한몫을 더한다. 이미 우리는 포스터의 홍수 속에서 마비되어 있다는 사실.

포스터의 역사 그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사가 보여주는 변천사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다.

본격적인 포스터가 등장한 1870년부터 1960년대까지 약 100년 간의 기간을 분석한 이 책은 최초의 포스터 이야기로 말머리를 시작한다. 예술적 포스터, 상업 포스터, 광고 포스터, 영화관 포스터 등 기능에 따른 포스터를 비롯한 사실주의 포스터, 자연주의 포스터, 추상적 포스터, 표현주의 포스터, 초현실주의 포스터 등 다양한 포스터의 장르는 미술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미술과의 연관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에 거의 관심 없는 사람들, 대개는 화랑이나 전시장에 가볼 생각도 않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 준다.

예술성이 없다고 경시 받던 포스터의 한 많은 역사도 이제는 재조명을 받을 이유가 많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 총체적 분석을 통한 솔직한 아우성 덕분이다. 포스터는 솔직하다. 솔직한 예술이다. ‘포스터는 절대 애매 모호하지 않으며, 즉각 대중과 접속되어야 하며, 연예인처럼 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그렇게 지금도 포스터는 조금만 둘러보면 지하철에, 거리의 벽에, 때로는 건물 전체의 한 벽면에서 우리와 호흡하고 있다.

비록 책 속에 포스터는 1960년대로 그치고 있지만 책 속에 담긴 총 273개의 적지 않은 도판들. 그 포스터 작가들의 이름은 그림을 전공한 입장에서도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지만 비록 문화권이 다르고 언어권이 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보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대중들의 눈높이를 의식한 배려 덕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그림을 감상하라고 전시장과 미술관만을 강요하지 않으련다. 이미 우리주변에는 훌륭한 기법과 재료를 통한 개성 있는 시각적 이미지들이 담긴 포스터들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 삶 속에 이미 존재하는 예술부터 그 가치를 알아보는 것 ‘포스터의 역사’는 그 소박한 깨우침을 전달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한 젬 마(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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