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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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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는 21세기 세계사회의 미래를 판독할 수 있는 주요 패러다임 가운데 하나다. 근대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은 인류의 삶에 커다란 안락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그것은 불확실성과 위기의 새로운 원천이 되어왔다는 것이 위험사회의 메시지다.
이 위험사회론은 1980년대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에 의해 제시된 이래 사회과학 안팎에서 크고 작은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한편에선 그 발상의 참신함에 이목이 집중돼 왔다면, 다른 한편에선 현실의 변화를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없지 않았다.
이 책은 위험사회론의 경영학적 버전이다. 기업 전략 컨설턴트답게 저자는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대된 위험의 세계상을 종횡무진 분석하고 적극적인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구체적으로 열거·분석하고 있는 당대 주요 위험의 목록은 환경, 범죄, 테러리즘, 질병, 경제적 불평등과 하층민의 출현, 탈문명화, 기술과 사이버 세계, 세계무역 및 금융, 군대의 아홉 가지다. 저자는 이 위험들이 이미 통제불가능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처 능력 또한 점차 약화돼 왔다고 진단한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저자의 전략은 이른바 ‘차세대 글로벌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현재의 구조와 변화들을 상호 연관돼 있는 시스템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윈―윈’ 해법을 적극 모색하는 데 있다.
이 책의 커다란 미덕은 풍부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현재 어떤 상황 속에 살아가고 어떤 세계로 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생생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최근에 진행된 아시아 위기를 다각도에서 분석함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사회의 모든 영역이 급속도로 세계화되고 복잡화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당대 세계사회의 자화상이다. 따라서 이런 혼란과 격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생산적인 전략은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건 매우 중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동시다발로 분출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들이 새로운 것이라면 이를 통찰할 수 있는 과거와 다른 안목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남아 있다. 그것은 과연 이런 격변이 어느 정도까지 우리 삶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의 문제다. 저자가 주목하는 바로 그 위험들은 새로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 발전이 낳은 불가피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실의 변화를 적극 승인하되 그것을 과도하게 과장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스크의 세계 / 마크 H. 다니엘 지음, 안종설 옮김 / 생각의 나무, 2000.
김호기(연세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