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입맞춤, 그 달콤 쌉싸래한 욕망

  • 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30분


‘그것은 불꽃에 입을 갖다 대는 것’이라고 빅토르 위고는 말했다. ‘그건 무엇보다도 짭짤하고 달콤한, 애플파이 같은 것’이라고 피에르 페레는 읊었다. 폴 베를렌은 ‘미소의 정원에 핀 접시꽃’이라고 그것을 예찬했다.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묘사하든, 그 짧고도 긴 순간에 인간은 29개의 근육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9g 남짓의 침 속에 0.7g의 단백질, 0.45mg의 염분, 무기질 등등을 주고받는다. 주고받는 ‘운명의 무게’와 ‘감정의 인력’은 때로 측정가능한 한도를 넘을 것이다.

그것 뿐이겠는가. 이 모든 설명은 에로틱한 감정을 지닌, 성인들의, 입과 입을 맞대는 행위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갓난아기에 대한 부모의 입맞춤, 우호의 감정을 과장하기 위한 남자끼리의 ‘러시아식 키스’, 비슷하지만 훨씬 차가운 제스처의 ‘마피아식 키스’ 등이 ‘키스’라는 모호한 단어의 주위를 구름처럼 둘러싼다. 볼과 이마, 손과 발, 훨씬 은밀한 부분까지 ‘뜨거운 입술’의 불세례를 피할 수 있는 신체부위는 없다.

‘프렌치 키스’의 명성을 증명하듯, 모두 프랑스인인 14명의 필자가 키스에 대해 다면적이면서도 총체적인, 또한 공격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가장 핵심적이면서 당연한 질문, 왜 ‘입’이 친밀감을 교류하는 가장 중요한 경로가 되는가. 서문에서 편집자 제라르 카엥은 “입이야말로 진홍빛의 도톰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살이 드러나는 곳이며 육체의 문이 열리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어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상징과 비유의 묘미를 본능으로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사인 베르나르 골스가 입과 다른 신체부위의 해부학적 유사성을 지적하며 ‘키스는 일종의 대체(代替)적 행위’라고 설명할 때 이는 훨씬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키스의 욕망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가. 문화권마다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다. 프랑스인 필자보다 우리가 더 잘 아는 사실이다. 시대적 차이도 크다. 전염병의 창궐은 종종 키스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를 앗아갔다. 18세기 이후 갖가지 섬세한 매너와 에티켓이 등장하면서 키스에 대한 금기도 늘어갔다. 17세기까지는 남성이 처음 만나는 여성의 볼에 키스할 수 있었지만 18세기에는 금기시되기 시작했다. 현대는 ‘인사’로서의 키스가 오히려 인기를 잃은 시대라는 분석이다.

키스의 묘미가 ‘욕망의 실현이자 포기’에 있다는 주장이 여러 필자에게서 반복된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부분. 키스는 ‘삼켜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므로 상대를 완전히 통제하지 않는 ‘가볍고 은근한 지배’의 실현으로 키스를 대하게 된다는 것.

클림트의 그림, 로댕의 조각…. 미술작품에서 영화까지, 예술에 나타난 키스의 모습과 광고며 우편엽서에 등장하는 이미지로서의 입맞춤도 폭넓게 소개된다. ‘키스의 잡학사전’처럼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내용을 펼쳐놓았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지만, 책장을 넘기며 마음에 맞는 부분을 고르는 풍성한 만족감도 없지 않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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