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윤리' 도마에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57분


정부가 인간복제 실험 규제안을 만들기 위해 구성중인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공정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연구에 참여해 규제의 대상이 되는 연구자들이 ‘심판’의 역할을 하는 이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는가 하면 위원회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사업을 추진해야 부처이기 때문에 공정성이 제대로 유지될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복제 문제가 윤리적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자 구성하기로 했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처음에는 국무총리실의 산하기관으로 두기로 했다가 결국 과기부 산하기관으로 옮겨졌다.

현재 총리실 산하에 위원회가 너무 많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고, 총리실 밑에 두면 자문위원회의 건의 사항이 법제화로까지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충분한 합의가 필요한 생명윤리 문제가 생명공학 기술 개발을 맡은 주무부처인 과기부 산하 기관에서 다뤄질 때 공정성이 제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산하에,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는 의회 산하에 관련 자문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국내의 경우 만일 총리실이 담당할 여건이 좋지 않다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나 국회 산하에 설치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편 후보 위원 선임 문제는 더 큰 논란을 부르고 있다. 9월 26일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자문위원 후보로 황우석 서울대교수와 마리아불임클리닉 박세필소장이 포함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복제 연구를 직접 시행해 윤리 시비를 불러일으킨 주인공인 이들이 왜 ‘심판’격인 위원이 되어야 하느냐는 것. 굳이 위원회에 참여시키려면 증인으로 출석시켜도 충분한 심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

생명공학은 21세기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런 마당에 윤리위원회가 첫단계부터 시비의 대상으로 도마에 올랐다. 공정성과 대표성을 갖춘 위원회를 구성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김훈기동아사이언스기자>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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