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가을 화단 수놓는 추상전시회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42분


가을 화랑가에 품격있는 추상화 전시가 풍성하다.

한국 전후추상미술의 대표자인 윤명로(64)서울대 미대교수의 개인전 ‘겸재예찬’이 29일부터 10월 22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또 화가 전병현(43)씨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가나아트갤러리에서 10월 1일까지, 화가 홍승혜(41)씨는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10월 20일까지 각각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양화가인 윤교수가 전시에 ‘겸재예찬’이란 부제를 붙인 것은 어찌보면 뜬금없는 일이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나 ‘인왕제색도’에 대한 예찬이지만 작품 어디에서도 형상으로서의 산이나 골을 찾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한폭의 수묵화를 대하는 기분으로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땅이 꿈틀거리고 산이 움직이는 기미, 물결치는 듯한 토파(土波)의 흐름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91년 호암갤러리의 ‘익명의 땅’ 시리즈가 분출하는 에너지를 격렬한 붓질과 육중한 질료에 담은 것이라면 이번 ‘겸재예찬’은 철분을 주재료로 사용해 훨씬 간결한 선적 구성으로 마무리 되는 변화를 보인다”고 평했다.

전씨는 조선시대 선비의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백색을 주조로 하고 어머니의 색동저고리에서 찾아낸 오방색(五方色·적청황흑백)으로 액센트를 준 ‘적(積)’시리즈를 전시한다.

홍씨는 최근 컴퓨터를 접하면서 새로운 화법으로 ‘유기적 기하학’ 시리즈를 제작했다. 창틀 벽돌 집 계단 등 건축적 이미지를 모니터에 나열하고 반복해 독특한 무늬나 패턴을 구성한 뒤 이를 키우거나 축소해 삭막하고 건조해지기 쉬운 기하학적 공간에 따뜻한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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