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어린이 교양잡지 '새벗' 지령 500호 맞아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56분


2000년9월호 표지
2000년9월호 표지
30,40대가 넘는 이들도 기억할 게다. ‘국민학교’ 시절 봤던 ‘새벗’ ‘소년세계’ ‘새소년’ ‘어깨동무’ 같은 잡지를. 가뭇가뭇한 추억이 되버린 이름은 지금 서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단 하나 예외가 ‘새벗’이다.

어린이 교양잡지 ‘새벗’이 9월호로 지령 500호를 맞았다. 한국잡지협회 관계자는 “어린이 잡지는 물론이고 장르를 통틀어 단일 제호로 500호를 낸 잡지는 ‘새벗’이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연륜 만큼 ‘새벗’이란 제호는 어린이 교양지와 동의어로 자리잡았다. 1952년 1월 피난지 부산에서 첫선을 보였으니 거의 반세기에 가까운 기간이다. 이 잡지를 봤던 코흘리게가 지금은 백발이 성성해져 당시 또래의 손자를 둘만하다. 1926년 3월 창간되어 1944년1월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된 월간 ‘아이생활’(통권 200여호)의 후계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연원은 훨씬 깊다.

‘새벗’은 발간 초기부터 아동 문예물을 주로 실었다. 60년대 잠시 모험물 탐정물 과학물 등 종합잡지로 영역을 넓혔으나 창작동화 중심의 아동 교양지라는 기본 성격은 변치 않았다. 윤석중 이원수 강소천 박목월 등 대두분의 동화작가들이 창작동화를 발표했다. 특히 1982년 제정한 ‘새벗 문학상’은 지금까지 47명의 동화작가를 배출하면서 한국 아동문학의 보루로서 일익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살림이 넉넉지 못해 ‘새벗’은 몇 번의 휴간과 복간을 거듭하는 부침을 겪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존폐 위기에 몰렸으나 1982년 성서교재간행사(현 성서원)에 인수되면서 기사회생, 지금까지 한 호도 거르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산전수전 다 겪어 500호의 위업을 세웠지만 앞길은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외국 동화와 만화 게임에 점점 아이들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진 성서사 대표는 “연간 2억원이 넘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명맥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새벗’이 중단되는 날이 한국 아동문학의 사라지는 날이란 소신이 아니면 힘든 일”이란 말이 엄살은 아닌 듯하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