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헤이리 아트밸리' 국내 첫 예술창작 마을

  • 입력 2000년 8월 22일 19시 56분


통일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남한땅 끝자락인 경기 파주시 탄현면 자유로변 통일동산 안 15만평 부지.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예술인 창작공간이자 주거지인 ‘헤이리 아트 밸리’ 조성의 꿈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헤이리’는 파주의 전통 농요(農謠)인 ‘헤이리 소리’에서 나온 순수 우리말.

여개의 전문박물관, 수십여개의 갤러리, 책 공원, 콘서트홀, 극장, 궁중음식연구원 등 문화 각 분야의 다양한 시설들이 전원 숲 속에 들어서며 수시로 다양한 문화축제가 열려 항상 볼거리와 흥겨움이 가득한 한국의 대표적 전원 문화도시로 탄생할 전망이다.

‘헤이리’ 건립구상은 처음 출판인들 사이에서 나왔으나 점차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참여가 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현재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문화예술인은 250여명. 97년 ‘헤이리’ 건립준비위원회(위원장 김언호 한길사대표)가 구성됐고 지난해 토지공사와 토지구입계약을 마쳤다. 22일 50여명의 추가모집 회원에 대한 설명회가 부지 현장에서 열렸으며 다음달에는 토목공사가 시작된다

‘헤이리’는 문화예술인들에게 단지 창작활동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며 서울의 문화를 그대로 가져오지도 않는 것을 모토로 한다. ‘헤이리’만의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수용자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회원들은 모두 이곳에서 각자 집을 짓고 생활하게 된다.

인별로 70∼2000평을 분양받은 회원들은 내년 1월부터 각자 원하는 형태의 주택과 창작공간 설계에 들어간다.

회원들은 ‘난개발’을 막기 위해 건설위원회를 구성, 독특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 내용을 협의해 나갈 예정. 건설과정에는 예술뿐만 아니라 자연생태도 주요 관심사항이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 옆, 깎아내지 않은 산 속에 박물관과 집들이 자리잡는다. 월드컵대회가 열리기 직전인 2002년 5월까지 절반 이상의 건설을 마쳐 월드컵 문화예술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회원제는 엄격하게 운영된다. 단지 조성 이전에 회원을 탈퇴할 수 있지만 아트밸리에 적합한 다른 회원을 추천하고 탈퇴하지 않으면 제재 성격의 벌과금을 물고 회비를 돌려받게 된다. 조성이 끝난 시점에서 매매도 가능하지만 역시 새로 들어오는 회원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편 이곳에 들어오는 문화예술인들은 벌써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나갈 꿈에 부풀어 있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생활문화인 음식이 순수 예술과 접목된다면 한 차원 높은 맛과 멋을 선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헤이리 입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화가 임옥상씨는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나의 발길을 끌었다. 또 헤이리의 노을이 나의 눈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축제도 자주 개최될 예정. 그 예행연습으로 ‘헤이리 퍼포먼스’가 이미 두 차례나 열렸다. 5월 ‘제2회 헤이리 퍼포먼스’에서는 전수천 배진환 등 20여명의 미술가들이 ‘대지 미술제’를, 국악인들은 야외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문의는 ‘헤이리’ 건설위원회 사무국 02―511―5642∼3.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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