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최인호 에세이 '가족' 300회…한 잡지에 25년 연재 대기록

  • 입력 2000년 8월 15일 18시 43분


작가 최인호(55)씨가 29세부터 월간 ‘샘터’에 연재하고 있는 자전적 에세이 ‘가족’이 2000년 9월호로 300회를 맞았다. 연재물이 25년간 한 잡지에 연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가족’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975년 9월. 최씨의 대표작인 ‘별들의 고향’이 영화화돼 작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무렵이었고 산업화에 밀려 ‘가족’의 붕괴가 거론되기 시작할 시기였다.

첫회때 ‘지능 계발이 덜 됐다’는 책 외판원의 상술에 상처를 받은 엄마 앞에서 눈치빠르게 ‘나는 비리 부는 사나이, 걱정 하나 엄는 더도리…’라는 유행가를 불러제꼈던 2년6개월바기 맏딸 다해는 3년전 시집을 갔다. 한 살박이였던 아들 도단이는 어엿한 대학원생으로 성장했다. 그밖에 부모에 대한 회한과 커가는 자식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어머니와 누이 둘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슬픔 등을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페이소스로 담아낸 ‘가족’은 동시대 우리 모두의 가족사이기도 했다.

‘가족’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각별하다. 14년전 외국에 6개월간 작품 취재를 갔을 때만 빼고 회당 200자 원고지 20자 분량의 글을 한 번도 마감시간을 어기지 않았고, 자신의 악필을 해독(?)하느라 애쓰는 편집자를 위해 육필 원고를 직접 구술한 녹음 테이프를 보내곤 했다. 80년대에는 작가의 ‘잠깐의 곁눈질’로 연재 중단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주위와 가족의 변함없는 사랑과 용서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가족’은 작가의 나침반이자 제어판이기도 했다.

최씨는 “가정은 ‘모든 사랑이 싹트는 근원이자 인생의 학교이자 교회’”라고 규정하면서 “샘터에서 그만 쓰라고 하기기 전까지는 연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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