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래퍼가 된 장혁, "앨범 속 사랑 노래는 진짜 내 이야기"

  • 입력 2000년 8월 9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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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 있는 '혁이의 사랑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진짜 제가 겪은 사랑 이야기에요."

장혁이 돌아온다. 늘 드라마에서 외롭고 고독한 반항아로 나오던 그가 이번에는 'TJ 장혁'이란 이름의 래퍼로 우리 곁을 찾아온다. 오는 11일 케이블 음악채널 m.net(ch 27)를 통해 변신한 모습을 공개하기 위해 요즘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가수 데뷔 무대를 앞두고 맹연습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요즘 놀아요(웃음). 실은 예전에 <햇빛속으로>에 출연할 때 오토바이 사고로 발목을 다쳤는데, 춤 연습 때문에 조금 무리를 하니까 탈이 났네요. 그래서 발목이 나을 때까지 연습을 쉬기로 했어요.

- 춤 연습이라고 하니까 드라마에서 보여준 터프가이 이미지와 잘 연결이 안되네요. 실제로 춤 실력은 어때요?

이런 말하면 좀 뭐하지만, 제가 춤에 대한 '필'이 조금 있거든요(웃음). 음악이 흘러나오면 가슴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감정이 있어요. 그냥 그 감정이 흘러가는데로 몸을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죠. 그런데 그 모습이 그리 흉하지는 않데요.

- <왕룽의 대지> 이후 연기활동을 중단했다가 갑자기 래퍼로 나와서 의아해하는 팬들이 많든데…?

이번 앨범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가수로 나서는 것은 아닙니다. 제 연기수업의 새로운 도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늘 고독한 아웃사이더나 터프가이의 딱딱한 이미지로 굳어 있었는데, 이번에 가수활동을 하면서 그런 저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이미지를 허물고 싶습니다. 저도 얼마든지 뜨거울 수 있고, 때론 바보 같기도 하고 덜렁거리기도 하는 다양한 모습이 있거든요.

- 가수 활동이 연기수업의 연장선상이라, 래퍼로 나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대개 연기자들이 가수활동을 겸업할 때는 발라드나 록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랩은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와 비슷해요. 가사의 의미, 랩이 지닌 운율과 호흡, 발성 등을 통해 내가 지닌 감정과 느낌을 전달할 수 있죠. 발라드나 댄스 음악을 택하지 않고 랩과 내레이션으로 앨범을 제작한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저는 평생 배우를 할 생각이기 때문에 음악을 하더라도 연기와 결합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 첫 앨범을 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는데…?

지난 해 초부터 개인생활을 포기하고 드라마와 CF 촬영 외에 남는 시간은 모두 래퍼로 훈련을 받았으니까 약 1년 반동안 앨범 제작에 매달린 셈이죠. 발목을 다치기 전까지 매일 새벽 2시까지 랩과 춤 연습을 했어요.

- 곧 영화 촬영도 해야 한다는데 가수활동은 얼마나 할 예정인지요?

9월까지 한달 반 정도 가수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그 후에는 영화 <화산고>를 찍어야 하거든요. 영화는 8월부터 크랭크 인에 들어가는데, 저는 가수활동 때문에 한달 늦게 합류하게 됩니다. 어차피 가수로 전업하는 것이 아니고, 제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 변화를 위한 무대이기 때문에 그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

- 첫 앨범에 수록된 노래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어떤 것인가요?

물론 '혁이의 사랑 이야기'이죠. 앨범에 수록된 곡의 가사를 제가 전부 직접 썼는데요. 특히 그 노래는 제 자신이 10년 전에 짝사랑했던 여자를 생각하면 쓴 것입니다. 물론 가사 일부는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도 있지만, 약 80% 정도는 사실이라고 보면 됩니다.

- 그러면 가장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곡도 있나요?

타이틀곡으로 나온 'Hey Girl'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처음 앨범을 준비할 때부터 녹음했던 곡이 결국 가장 마지막까지 완결이 안되더군요. 노래 하나를 녹음하는데 1년이 걸린 셈이죠. 일종의 '데자뷔 현상(인물이나 사람을 어디선가 본듯한 착각)'을 표현한 노래인데, 감정이 억눌리다가 갑작스럽게 터지는 것을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 '일월지애' 'Hey Girl'의 뮤직 비디오를 전지현과 함께 찍었는데 참 잘 어울리더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소문도 있는데…?

(웃음)지현이는 저를 남자로 생각안해요. 지현이와 저는 같은 소속사로 있으면서 오래 전부터 함께 연기수업을 했어요. 저는 지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부터 함께 연기공부를 했고, 제 상대역을 주로 맡은 사람도 지현이에요. 그래서 서로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도 빠르고 호흡도 잘 맞죠.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아 이성의 신비로운 느낌보다는 동생같이 친하다는 감정 밖에 없어요. 지현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참 배부른 소리구나'라고 욕하겠죠.

- 이번 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2집을 낼 계획은 있나요?

아뇨. 장혁이 가수로서 활동하는 것은 이 앨범으로 그치고 싶어요. 앞으로는 배우로서 제 인생을 걷고 싶습니다.

- 같은 소속사이면서 가장 좋아하는 선배중 하나라는 정우성씨는 얼마 전 뮤직 비디오 연출을 하는 등 감독수련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혹 연기 외에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요. 어릴 적부터 제가 출연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꿈이었죠.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에 내가 구성한 사건을 가지고 내가 영화에서 연기한다는 거,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는 반드시 그 꿈을 이룰겁니다.

차분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장혁의 모습에서는 드라마를 통해 본 과장된 '사나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처 몰랐던 여유와 유머, 가벼운 장난기도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자신의 현재 심정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높이 뛰기 위해 개구리가 한껏 몸을 도사리다가 다리에 쥐가 난 꼴이죠. 지금 제가 그래요. 그런데 말이 너무 이상한가?"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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