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운영 '여성발전센터' 주부들에 인기

  • 입력 2000년 8월 7일 23시 40분


2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오은수씨(38·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는 요즘 요리와 인터넷에 푹 빠져 있다.

이것저것 조리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 내는 것도 재미있지만 톡톡 자판기를 두드려 사이버세상으로 들어가는 맛도 달콤하다. 직장에 다닐 땐 시간이 없어 배울 엄두도 못 냈었다.

내년 3월 출산을 앞둔 배정주씨(29·서울 용산구 효창동)는 한복 짓느라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바늘을 잡기 시작한 지 3개월째. 이젠 어머니 한복도 지어드릴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서울 마포구 용강동 중부여성발전센터의 수강생.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여성발전센터’(옛 부녀복지관)가 주부들로부터 능력개발의 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요리-컴퓨터반 새벽부터 줄서▼

“주부들은 배우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오씨 역시 지난해부터 수강하려 했지만 선착순 접수인 까닭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다른 주부들에 밀려 단념했다. 올해 추첨제로 바뀌는 바람에 운 좋게 가정요리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얼마 전 친정어머니 생신 때 8가지 코스요리를 내놓았더니 식구들이 모두 놀랐다며 즐거워했다.

이렇게 주부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배씨는 “월∼금요일 하루 3시간씩 한복 짓기를 배우는데 월 1만원 정도밖에 안되는데다 강사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믿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각 센터 수강생모집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남부(금천구 시흥동)는 요리나 컴퓨터 등 인기강좌는 벌써 마감했지만 11일까지 수지침 바둑한자 등 5개 강좌 수강생을 모집한다. 서부(양천구 신월동)는 18일까지 전 과목 수강생을 모집한다.

▼아이 맡기고 신나는 웹서핑▼

주부들이 이곳에 몰리는 또 다른 이유는 유아실에 어린 자녀를 맡길 수 있고 도서실에서 맘껏 책을 빌려볼 수도 있기 때문. 중부여성발전센터에는 1층 로비에 15평 규모의 인터넷카페까지 있어 컴퓨터를 한껏 쓸 수도 있다.

집에선 다섯살짜리 아들애가 달려들어 컴퓨터를 이용하기 힘들다는 오씨는 “카페에선 마음놓고 자료를 검색하거나 친구들과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예전엔 PC방을 이용했다는 배씨 역시 공짜로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전담강사의 1대1 맞춤 교육까지 받을 수 있어 인터넷카페 단골손님이 됐다. 컴퓨터가 6대밖에 없어 사람이 몰리는 시간엔 순서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기도 한다.

“이곳에선 컴퓨터 강습시간에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강사에게 문의할 수 있어 주부들이 좋아해요. 주로 E메일 보내는 법과 파일저장법, 값싼 인터넷쇼핑몰과 음란물 차단용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물어보죠.”

카페운영 담당자인 최지선 사회복지사의 말.

▼외국인 통역봉사등 자아실현▼

수강생들은 단순히 강좌를 통해 기술이나 교양만 쌓는 것이 아니다. 논현동 강남구여성센터는 6개월 과정의 영어 일어강좌 수강 후 ‘보람을 찾는 영어사절단’ ‘보람을 찾는 일어사절단’으로 등록해 국제행사 통역이나 외국인 민박 자원봉사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북부여성발전센터 김혜선소장은 “과거 부녀복지관 시절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저소득층의 취업교육에 치중했던 이들 기관이 민영화되고 전문강사를 영입한 덕에 중산층 주부들의 자아실현 욕구를 채워줄 만큼 발전했어요”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북부여성발전센터 김혜선소장은 “다만 주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컴퓨터나 요리, 외국어교육에 충분한 시설이 없어 수강생 수를 제한해야 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중부여성발전센터

마포구 용강동(719―6307)

월∼금요일 오전10∼오후7시

토요일 오전10∼오후1시 인터넷카페

▽서부여성발전센터

양천구 신월동 (2607―8791)

9월4일∼12월14일 수강생 모집중,

직업상담실 운영

▽남부여성발전센터

금천구 시흥동(802―0922)

11일까지 5개과목 수강생모집중

직업상담실 운영

▽북부여성발전센터

노원구 중계동(972―5506)

여성장애인 대상 방문 컴퓨터교육

수강생 및 자원봉사자 모집중

▽강남구여성센터

강남구 논현동(544―8440)

수강생에게 컴퓨터실 개방,

9월 중순 수강생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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