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침범유도 보험사기, 억대챙긴 60명 적발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23분


아르바이트 대학생까지 동원해 1년여 동안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1억3000만원의 보험금과 합의금을 가로채 온 기업형 교통사고 보험사기단 6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6일 이모씨(20·대전 동구 대별동) 등 20명에 대해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대전 W대 임모양(20) 등 40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범행수법〓이씨 등은 PC방에서 만난 식당보조원 대학생 가출청소년 등 60명을 모아 차량유도조 차량충돌조 합의조 모집조 등 4개조의 보험사기단을 편성했다.

범행 장소는 중앙선이 있는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 이들은 심야에 차량 2대를 이용해 1대(차량유도조)를 차로에 정차시켜 놓고 있다가 뒤따라오던 차량이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침범하게 유도했다.

다른 공범 차량은 길 건너 골목길에 대기하고 있다가 차량유도조로부터 휴대전화로 “중앙선을 침범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전조등을 끈 채 급출발해 중앙선을 넘어선 차량과 충돌했다. 충돌조 차량에는 항상 5명이 탑승하며 전치 2∼3주씩의 진단서를 받아냈다.

이어 합의조가 사고 현장에 나타나 합의금과 보험금 명목으로 최고 1000만원까지 받아냈다.

▽피해자 입장〓피해자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중앙선 침범’에 해당되는데다 부상자가 많아 형사처벌을 모면할 수 없어 범인들의 요구대로 합의금을 건네줄 수밖에 없다.

이모씨(35)는 지난달 22일 오전 4시경 대전 서구 변동에서 교회신도들을 싣고 가다 편도 1차로에 정차한 차량을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이들 조직의 차량과 충돌해 합의금조로 380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신문 판촉요원인 홍모씨(29)도 5월 중순경 대전 서구 탄방동 도로에서 앞에 서 있던 차량을 피하려다 역시 골목길에서 달려나온 범행 차량과 충돌했다.

홍씨는 “탑승자 5명이 모두 전치 3주씩의 진단을 받은데다 중앙선을 침범하는 바람에 보험금 880만원을 물어주고 운전면허까지 취소돼 생계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경찰은 이들이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에게 함께 범행 차량에 탑승해준 대가로 건당 20만∼30만원의 사례금을 준 사실을 밝혀내고 가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이들이 사고를 내기 직전 대전 모정형외과 앰뷸런스 운전사와도 전화통화한 사실을 밝혀내고 병원측과 사전에 범행을 모의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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