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종교 '천존회' 신도 1500명이용 1500억 사기행각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21분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운 신흥종교집단 ‘천존회(天尊會)’가 변호사 공무원 기업인 교사 군인 등 각계 각층 신도 1500여명을 현혹, 사기대출을 받아 헌금하게 하는 등 1500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강력부(문효남·文孝男부장검사)는 9일 교주 모행룡(66) 박귀달씨(52)부부와 종무원장 이낙우씨(47), 법률고문 강동범씨(43·변호사) 등 41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교단간부 등 114명을 지명수배했다고 이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관련자 수와 경제적 피해규모에서 지금까지 적발된 종교관련 사건 중 최대 규모다.

▼사기대출과 신도 피해▼

모 중앙부처 사무관 김모씨(48)는 다른 신도와 맞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5억4000만원을 대출받은 뒤 은행 빚에 시달리다 퇴직했다. 교단에 2억원을 헌금한 모 시청 위생계장 이모씨(46·여)는 가정파탄으로 이혼하고 말았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상당수 천존회 사기대출에 가담, 강동범 변호사는 법률고문으로 21억원 상당의 대출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모 대학 한방병원 원장 박모씨는 다른 의사 4명과 함께 32억원 상당의 사기대출을 받았다는 것.

천존회는 최근 10년 사이 전국 수백곳의 금융기관을 상대로 2432건의 신용대출 사기를 저질러 306억원을 가로채고 헌금사기로 35억원을 편취하는 등 사기피해 액수가 384억원으로 확인됐다. 미확인 피해액을 포함하면 사기규모는 500여곳의 금융기관을 상대로 15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교단형성▼

변호사 공무원 회계사 기업인 교사 군인 은행원 등 각계 각층에 걸친 신도들은 종말론에 현혹되는 바람에 대부분 실직 이혼 가출 자살기도 구속 등 가정적 사회적으로 파탄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씨름 선수 출신인 모교주는 85년 천마산에서 계시를 받았다며 서울 면목동에 ‘천존의 집’을 열고 천존회를 기(氣)수련 단체로 발족시켰다.

모교주가 종말론으로 신도를 끌어들이며 교세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93년. 종말론을 내세워 교단을 형성, 전국에 20여개 지부를 세운 뒤 94년 ‘기가 담긴 식품을 생산한다’며 한뿌리식품 등 10여개의 회사를 설립하고 회장으로 행세했다. 모씨는 95년 강원 홍천군에 성지 ‘대라천궁’을 세운다는 명분으로 신도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80여억원을 헌납받기도 했다.

천존회 핵심 간부들은 교주 모씨 부부가 구속된 뒤에도 “수감중인 교주는 제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고 이번 수사는 종말이 오기 전에 참 제자를 가려내는 시험대”라며 신도들의 이탈을 막는 데 안간힘을 썼다고 검찰은 밝혔다.

모교주 부부는 93년초 전세계의 기가 소멸하기 때문에 성지건립에 동참해야 종말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로 헌금을 끌어모으다 종말시기를 다시 2000년 음력 1월15일로 연기했다.

검찰은 모씨 부부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며 문화관광부에 천존회의 종교법인 등록 취소를 요청하고 ‘성지’ 대라천궁을 압류키로 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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