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한국사의 자부심…한국인의 자존심…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08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영규(34),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소설가 김진명(43). 사학계와 평단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책을 낼 때 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베스트셀러 제조기들. 이들이 나란히 책을 냈다. 역사에세이 ‘특별한 한국인’과 소설 ‘코리아닷컴’. 두 사람의 화두는 늘상 한국, 한국사였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책을 통해 본 그들의 꿈과 한국의 미래는…. 》

▼'특별한 한국인' 박영규 지음/웅진닷컴 펴냄▼

조선 세종대에 장영실이 해시계 앙부일구를 만들었다. 최첨단시계였다. 거리에, 관청에 커다란 앙부일구가 하나둘씩 세워졌다. 부잣집에서도 애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일반 백성들도 그것을 소유하고 싶었다. 그 열기는 휴대용 앙부일구 탄생으로 이어졌다. 불과 5㎝ 내외의 휴대용 해시계. 첨단 기계 열풍이었다. 저자는 지금의 휴대폰 열풍이 조선시대의 앙부일구 열풍에 뿌리가 닿아 있다고 본다.

여기에 이 책의 메시지가 있다. “우리 역사 속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 특별함을 찾아낼 때 자부심도 생긴다”고.

조선시대 전국을 누빈 보부상 조직에서는 대표를 직접 투표로 뽑았던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견한다. 개성상인들의 부기에서는 상인으로서의 장돌뱅이 고집을 찾아낸다. 당쟁은 정치인들이 백성을 대신해 피를 흘린, 그래서 정치인의 소명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모두 ‘현미경을 들고 우리의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장안의 베스트셀러였던 한 일본인의 책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다. ‘역사적으로 한국에 가장 고통을 준 나라는 일본이 아니다. 오히려 고려를 침공했던 몽골이라고 생각한다’는 일본인의 표현에 대해 그것은 편견과 오만의 산물이라고 비판한다. 일본인의 그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을까 하고 저자는 묻는다. 우리가 열려 있기 때문일까. 저자는 우리 스스로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세상에 망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긴 역사에서 보면 일제 35년은 별 것 아니다. 통 크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밀리언셀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역사 대중화의 바람을 일으켰던 저자. 대중화를 넘어 ‘호탕한’ 자부심을 끌어내 실생활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요즘 생각이다. 229쪽 7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코리아 닷 컴' 김진명 지음/해냄 펴냄▼

사학도인 인서는 해커로 명성을 떨친 컴퓨터 천재. 어느날 인터넷에서 ‘13의 비밀’이라는 사이트를 찾아내고 자연의 수비학(數比學)적 비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비슷한 시간 지구 저쪽 뉴욕. 민완기자 헬로란은 빌 게이츠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세계 경제 거물들의 비밀 회의를 목격하는데….

김진명의 다섯번째 장편소설 ‘코리아 닷 컴’이 선을 보였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늘이여 땅이여’ 등을 연속 베스트셀러로 띄워낸 작가의 독자흡입 방정식이 또다시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①민족주의:미국의 고지식한 사법체계에 부딛쳤다가 수사관들에게 인종차별적 수모를 당하는 인서의 모습이 작품 서두부터 독자의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말미에 ‘세계를 구원할 비밀의 경전’은 우리민족의 ‘천부경’으로 나타난다. 한국 기업인 팬저의 주도로 전지구적 인터넷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월드닷컴’의 태동과 함께.

②음모: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MS)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지배를 실현하려는 프리메이슨 집단의 수족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비밀을 폭로하려는 모든 기도는 테러와 위협으로 좌절된다.

③초월적 존재:세속을 초월한 도인 지관스님, 법력에서 그를 능가하는 백두산의 진도자(眞道者), 수비학의 천재 나딘박사, 대종교 통령의 후예인 신비의 연인 환희….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이 인서와의 만남을 통해 세계를 구원할 힘을 조직화한다. 왜소해져가는 현대인이 한번쯤 가슴을 펴고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것.

④지식: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인의 기원, 매머드의 멸종원인, 한국 고대의 기서(奇書)…. 그의 작품은 검증된, 혹은 검증되지 않은 상식의 백과사전이다.

김진명의 소설은 여느때처럼 시대가 원하는 바를 좆으며 자신의 매력에 경도된 독자층의 가슴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그 독자층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작가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전2권 각권292쪽 75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