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선생 유적지 정비사업 "엉망"…원형훼손…졸속

  • 입력 2000년 6월 5일 19시 25분


충북 청원군이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1880∼1936)선생을 기려 추진하는 유적지 정비사업이 원형을 훼손하는 등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어 학계와 유족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청원군은 96년 단재가 성장하고 묻힌 낭성면 귀래리 단재 영각과 묘소 주변에 6억9000만원을 들여 기념관과 주차장 등을 만드는 ‘단재 유적지 정비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공사는 70% 가량 공정을 보인 98년 말부터 경제난으로 예산지원이 끊겨 중단된 상태다.

학계 등은 이 사업을 이번 기회에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충북지역 학계 문화계 인사들의 모임인 ‘단재를 기리는 모임’(대표 김정기·金正起·서원대총장) 등에 따르면 청원군은 기념관 앞쪽에 주차장을 만들면서 단재가 어려서 물을 길어다 먹던 직경 1m 가량의 옹달샘을 메워 원형을 훼손했다.

또 흙을 메워 광장을 만들려는 영각 앞쪽 풀밭은 1936년 중국에서 세상을 뜬 단재의 유골을 모셔다 일경의 눈을 피해 임시로 보관해 둔 곳이라는 것.

이 모임은 기념관(100평)의 경우 현지조사를 벌인 결과 콘크리트 건물로 볼품이 없고 그나마 습지에 지어 장마철이면 내부 바닥 등에서 물이 배어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단재의 며느리 이덕남(李德南·57)여사와 단재를 기리는 모임측은 “이런 전시관은 유물을 훼손시킬 것이 뻔하다”며 약속한 유물과 영정 기증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총장은 “조만간 전국의 학계 및 문화계 등과 협의해 이 사업의 전면 재수정을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원군 관계자는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벌이다 보니 만족할 만한 정비사업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부실공사 등은 없었다”며 “다만 원형이 훼손된 부분에 대해서는 복구작업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원=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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