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청소년기구 단일화 '꼼수'?

  • 입력 2000년 5월 30일 19시 47분


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문화관광부 청소년국'으로 이원화 돼 있는 청소년 관련 기구의 단일화 문제가 정부 조직 개편의 한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부가 관련 설문 조사를 해 놓고도 자기 쪽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화부는 2월 청소년단체협의회에 의뢰해 '현재 이원화 돼 있는 청소년 기구를 총리실과 문화부 중 어느 쪽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였다. 70여개 단체가 참여한 조사 결과 '청소년 기구를 독립 청으로 승격시키자'(43.7%)와 '청소년보호위원회로 단일화하자'(12.5%)는 대답의 합이 과반수를 넘어 '문화부로 단일화하자'(38%)는 답보다 많았다.

특히 조사에 응한 단체 대부분이 문화부의 직간접 지원을 받고 있어 당시 설문 조사 결과가 문화부에 불리하게 나온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한 청소년 단체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적어도 문화부로 단일화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인데 문화부가 이를 감추는 것은 부처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또 27일 열렸던 문화부 주최 '청소년단체 실무자회의'에서는 한 청소년 단체 대표가 "문화부의 청소년국을 청소년 정책실로 승격시켜 청소년 기구를 이곳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며 성명 발표를 제의해 다른 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성명을 발표하도록 압력은 절대 가하지 않았다"면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내부 자료용인데다 문화부가 설문의 당사자여서 모양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완배·최호원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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