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불전]이번엔 사이버괴물 '사이버몬스터'

  • 입력 2000년 5월 17일 20시 03분


‘사이버 괴물’

천정에 매달린 형상들은 긴 촉수를 지녔다. 이리 저리 뻗은 흐물거리는 촉수가 징그럽다. 그 징그러움이 강한 이미지로 남는다. 로봇을 닮은 몸체에서 뻗어나온 촉수는 신화속의 괴물 ‘히드라’를 연상시킨다.

99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설치작가 이불이 19일부터 6월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작품이다. 기괴한 형상이 주는 강한 시각효과가 압권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사이보그’와 ‘괴물’의 합성어인 ‘사이몬스터(Cymonster)’로 명명했다.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불은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사이보그’를 출품했었다. 여성의 신체를 닮은 로봇을 표현했다. 한쪽 팔과 다리가 없는 모습이다.

그동안 평론가들은 그가 표현한 기괴한 신체를 ‘여성의 몸에 대한 왜곡된 견해’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여성의 몸을 성욕의 대상으로서, 성적유희의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기존 남성의 시각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그는 페니미즘작가로도 여겨졌다. 여성의 몸을 한쪽팔과 다리가 없는 형상으로 표현한 것은 여성에 대한 불완전한 시각을 상징한 것이다. 이를 로봇형상으로 표현한 것은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에도 이같은 시각이 존재함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불완전한 사이보그의 모습은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을 은유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맹신을 경고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또 한 때 수많은 촉수가 달린 괴물차림의 복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었다. 그의 ‘행위’는 여성의 몸은 아름다워야한다는 생각에 반발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번 작품은 이같은 생각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로봇을 비롯한 과학의 산물이 괴물이 되어 인간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점, 기괴한 신체를 통해 균형잡힌 육체미를 벗어난 새로운 형상의 탐구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이러한 괴물적인 형상은 기괴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준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강렬한 육체의 이미지이다. 02-735-8449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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