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소비자주권 으뜸 '지킴이'…제품평가-고발등 다양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6분


‘소비자 불만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큰 코 다칩니다.’

겉으로는 고객만족을 외치면서도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 탓으로 돌리는 비양심적 기업에 경종(警鐘)을 울리는 소비자 정보 전문 사이트가 최근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소비자 문제 상담 전문 포털 사이트 ‘소사모(www.sosamo.co.kr)’, 상품구매 가이드 사이트 ‘가이드클럽(www.guideclub.co.kr)’, 소비자 모임 사이트 ‘울소모(my.netian.com/∼ulsomo)’, 불량식품 정보제공 사이트 ‘메뉴판(menupan.co.kr)’ 등이 대표적인 곳들.

기업에 채용됐다가 일방적으로 취소된 사람들이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기 위해 만든 ‘바른 채용문화를 위한 시민의 모임(bachaemo.or.kr)’, 다단계 판매 피해자들의 실상을 알리는 ‘안티 피라미드(www.antipyramid.org)’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특정 기업에 대해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모인 안티 사이트들까지 합하면 소비자를 위한 사이트수는 수십여개에 이른다.

이들 사이트는 거대 기업에 있어 네티즌 개개인은 ‘대수롭지’ 않지만 뭉치면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MP3플레이어는 메모리를 반 밖에 쓸 수 없으니 사지 않는 게 좋아요.” “△△노화방지 화장품을 샀는데 오히려 눈가 주름이 더 많이 생겼어요.” “□□기저귀는 특수 벨트가 부착돼 아기 허벅지가 조이지 않아 좋더군요. ”

이들 사이트엔 소비자들이 자신의 상품 구입 실패담이나 성공담을 자세히 올려놓고 있다.

가이드클럽의 경우 ‘최악의 상품 선정 이벤트’란 코너를 통해 상품별로 브랜드를 구분, 해당 상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소감을 상세히 올려 놓고 있다.

지난달말 문을 연 소사모는 제품평가를 하지 않는 것이 특징. 대신 해당기업에 공문을 보내 문제를 해결해 주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권익을 지켜준다. 소비자불만이 해결됐을 경우 대가를 받는 대신 거꾸로 해당 소비자에게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 1장씩을 보내주는 제도를 새로 도입해 네티즌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미 S생명 D화재 H자동차 D자동차 L컴퓨터와 관련된 소비자불만 5건을 해결했다.

“얼마전까지 소비자보호원에 전화를 해도 끄떡도 하지 않던 회사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자마자 처리해주겠다고 통보를 하데요.”

한 보험사와 700만원의 보험금을 놓고 오랫동안 실랑이를 벌여왔던 J씨가 인터넷 소비자 보호 사이트의 도움으로 최근 보험금 전액을 돌려받은 뒤 털어놓은 감탄의 말이다.

<정영태·성동기기자> 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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