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시기 작가 '이중언어 문학' 재조명

  • 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식민지 시기 작가의 이중언어(二重言語) 문학환경을 조명한 연구서가 나왔다.

도쿄대 비교문학연구실 정백수 객원연구원이 쓴 ‘한국 근대의 식민지 체험과 이중언어 문학’. 식민지 초기의 정치상황속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로 작품을 창작한 이광수와, 식민지 말기 조선문화의 독자성이 상실돼가는 속에서 두 언어로 소설을 쓴 김사량(金史良)의 작품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된다.

저자는 일제시대 일본어로 창작된 문학 전체를 반민족행위로 규정하는 입장과 ‘내용의 친일-반일성 여부가 문제’라는 연구노선 양쪽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가치평가에 앞서 두 언어로 창작된 작품 사이에 나타나는 관계와 차이의 양상에 주목한다.

이광수의 초기 작품에서, 저자는 그가 김동인보다 3∼10년 앞서 ‘∼ㅆ 다’ ‘그’와 같은 근대소설 고유의 표현을 사용한 데 주목하고, 이런 표현이 일본어와 한국어로 번갈아가며 창작한 데서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김사량에게 있어서 일본어는 일본적 감각을 표상하는 매체, 한국어는 한국적 감정을 표상하는 매체로 서로 대립되며 이 대립은 작가가 두 언어로 작품창작을 계속하면서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아세아문화사 펴냄.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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