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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11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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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씨는 1997년 '동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지만 거의 무명에 가깝다. '숲의 왕'은 소설로서 그의 처녀작품이다. '대형 신인'의 산실로 자리잡아온 '문학동네 소설상'이 5회째 수상작으로 내놓은게 바로 이 '숲의 왕'이다. 그의 미미한 이력은 이 작품으로 곧바로 뒷전이 됐다.
그는 풍성한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오늘의 인간' 바로 우리 자신들의 삶의 존립을 근원에서 묻는다. 그 물음은 우리 시대 전체에 대한 거대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시적이기까지 한 비범한 묘사력과 생생한 삶의 이야기에 실려 실존의 비통한 목소리에 이르고 있다. 그리하여 "과연 이 세계는 살만한가" "우리는 과연 행복하게 숨쉬고 있는가"하는 도저한 질문을 독자의 내면에서 천천히, 그러나 선연하게 길어올란다.
그 질문과 만나는 과정이 우리를 힘들고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길을 안내하는 작가의 문체는 시적이고 아름답다. 그 문체는 마치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는 숲의 맑은 공기를 마지막으로 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