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교육, 포르노 툭 터놓고 얘기하게 해야"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57분


청소년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포르노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역설적 주장’이 나왔다.

한양대 심영희교수(사회학)와 김혜선씨(서울북부여성발전센터 소장)가 최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위촉을 받아 음란물을 본 적이 있는 서울시내 ‘평범한’ 남녀 중고생 16명을 심층면접해 얻은 결론이다.

심교수 등은 ‘페미니즘 시각에서 본 음란성 간행물과 청소년 보호’란 연구보고서에서 “청소년들은 포르노를 통해 성지식을 얻고 성적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며 “청소년 스스로 성담론을 통해 음란물의 왜곡된 ‘재현’을 비판하고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면접대상 중고생의 성적은 상부터 하까지 골고루였으며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경우가 8명, 성경험이 있는 경우는 2명이었다. 이들은 주로 비디오와 컴퓨터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물을 많이 접하고 있으며 처음 포르노를 접하는 시기로 중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5∼6학년때, 고등학생의 경우 중학교 시절을 꼽았다.

청소년들은 성관계 장면에서 남성의 강압적인 행동을 남성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르노는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이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묘사해 여성이 강간을 당하고 싶어한다는 ‘강간 신화’를 유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여학생은 강간과 성관계의 차이를 모호하게 인식하거나 강간후에 결혼을 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교수 등은 “이들에게 학교의 성교육은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만 제공할 뿐 현실의 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포르노물의 공개적인 ‘비판’을 통해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아 주고 포르노를 볼 것인가 말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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